많은 사람들이 미국은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아서 이동하는데 매우 불편하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미국의 대중교통에 대하여 얼마나 불편한지, 혹은 얼마나 잘 안되어 있는지 잘 알지를 못한다. 왜냐하면 내가 미국에 이민을 와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기억이 거의 없는데, 미국 국내선 비행기는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고, 기차는 시애틀과 공항을 오고 가는 노선을 딱 한 번 이용해 보았으며, 자동차를 싣고 타는 페리(배)는 5번 정도 이용한 것은 기억이 나는데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이민 오자마자 2주가 안되어 $10,000 주고 중고차를 구입했고, 그전에는 처가의 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 기억이 없다. 그래도 이민 초기 차를 사기 전에 한두 번은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을 텐데 전혀 기억이 없기 때문에 이용하는 가격도 모르고 어떻게 이용하는 지도 잘 몰라서 여기서 뭐라고 쓸 내용이 없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교통이라는 소제로 쓰려는 내용은 자동차에 관한 내용이다.
대중교통이 발달된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작은 마을이나 큰 도시로부터 좀 떨어진 시골마을로 이민을 오려고 하면 맨 처음 겪는 어려움은 바로 이동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뉴욕이나 시카고 LA처럼 대 도시의 중심에서 산다면 지하철이나 버스 또는 택시를 이용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주택가에서 산다면 대중교통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곳이 미국이다.
우리는 미국 워싱턴주에서도 제일 큰 도시인 시애틀에서 65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어서 차가 없으면 간단한 음료수도 살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그야말로 자동차는 우리가 신고 다니는 신발과도 같이 아주 중요한 이동 수단이 되었다. 물론 우리 동네에도 대중교통인 버스가 다니는데, 우리 집에서 기차역에 가는 버스를 타려면 자동차로 6.5km 정도를 가야 버스역에 도착할 수 있고 기차역까지는 13km 정도를 가야 되므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동차를 이용하게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이렇게 불편하니 운전을 할 수 없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학교에 등 하교할 때도 자동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며 과외나 특별활동을 하면 역시 자동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한다. 또 가끔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도 역시 부모 중에 한 사람이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등 하교할 때는 학교 통학 버스가 다니는데 버스가 골목골목 다 거쳐서 학교에 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서 일찍 나가야 되니 많은 부모들이 차라리 자동차로 등 하교를 시킨다. 우리 딸 둘은 거의 통학버스를 이용하였고 아들은 대부분을 자동차로 등하교를 시키다가 운전면허가 가능한 나이가 되어서는 자기가 차로 다니고 있어서 지금은 너무 편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기 차가 있어야 시내에서 떨어진 주택에 살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시내에 있는 주택, 또는 아파트나 콘도에 살아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시내에 산다고 하더라도 버스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자동차는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럼 왜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대중교통을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도 나라가 넓고 적은 인구밀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시골은 버스가 하루에 몇 번 안 다니는 것과 같이 미국에도 버스가 다녀도 이용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버스를 운행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 가정에서 교통수단으로 지출되는 돈이 집값 다음으로 많이 소비된다.
당장 우리 집만 해도 내 이름으로 등록된 차가 5대인데 보험료와 매년 갱신하는 등록비 등으로 매달 100만 원 정도가 들어가고 여기에 기름값을 추가하면 교통비로만 최소 매달 2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여기에 오일 교환과 같은 유지 보수 비용과 만약 차를 할부로 구입했다면, 어떤 차를 타는지에 따라 할부금이 추가된다.
우리 집은 차량 한 대 할부로 $350을 지불하고 나머지 4대는 할부가 끝났거나 중고차로 현금을 주고 샀는데도 모두 합하면 유지 보수 비용을 제외하고 교통비로만 현재 환율로 200만 원 정도가 지출이 된다. 물론 딸 둘은 자기들이 벌어서 나에게 그 값을 지불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우리 5명이 이렇게 많이 교통비로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서민이 가난하다고들 하는데, 아마도 자동차 유지비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게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혹시 미국으로 이민 오시려고 준비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참고하시라고 교통비를 대략적으로 기술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