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사람들

by 언노운

지난 두 해 나는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완전히 떠나 있었다. 20년 가까이 사무 공간에서의 생활에 젖어 있다 보니, "내가 참 좁은 세상에서만 살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트럭을 운전하고, 도로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교통을 통제하고, 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때로는 비와 눈을 맞고, 이제까지 가보지 못했던 여러 지역들을 다녀 볼 수도 있었다. 도로도 당연스레 보수가 필요하고,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을 무시하고 그런 일들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도로공사나 경찰청에서 정한 규칙대로 길을 적절히 막아 작업자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나와 내가 속한 팀의 일이었다. 그렇게 한다고 하여 완전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망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돌아보면,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역시 도로 위는 사람이 머무를 적절한 공간은 아니다. 당연스레 도로는 차들을 위한 공간이다. 마땅히 밥을 먹을 곳을 찾기도 어렵고, 화장실도 그렇고, 쉴 곳도 없는게 보통이다. 또한, 교통 규범을 준수하며 정해진 속도나 차선으로만 다니는 good driver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대다수는 bad driver라고 보여진다. 상당 수를 차지하는 bad driver들은 도로 위의 작업자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이 되기에 쉽사리 긴장을 늦추기도 어렵다.


제일 우려스러웠던 것은 운전자들의 휴대전화 사용이다. 법률로 이미 정해져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된지 오래이지만, 단속이 되는걸 본 적은 없다. 호주에서는 고화질의 카메라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단속한다고 하는데 부러운 부분이다. 그냥 운전하면서 통화를 하는건 애교적 수준이다. 어떤 이들은 팔뚝으로 운전대를 감고 손으로는 휴대폰을 잡고 무언가를 보면서 간다. 또 어떤 이들은 아예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휴대전화만을 보며 운전한다. 차가 제대로 직진할 리가 없다. 본인의 목숨도 위태롭지만 타인의 목숨도 위태롭게 만드는 무서운 행위이다. 최근의 차량들은 모두 블루투스 기능 등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 그런데도 굳이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운전하는 이들이 태반이니, 할 말이 없다.


어떤 트럭 기사는 젓가락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먹으며 운전을 하는 것을 보았다. 시간에 쫓기며 식사시간도 아끼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과연 안전이란 측면에서 저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집중을 하며 운전을 해도 고속의 차량은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24년 하반기 대형트럭의 바퀴가 빠져 반대 차선의 차량을 덮치며 많은 이들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내가 일하였던 고속도로에서도 그렇게 대형트럭의 바퀴가 빠진 것을 목격했었다. 차량 통행이 없어서 다행스레 다른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만약 다른 차들이 있었다면 정말 큰 일이 났을 것이다. 어느 대형트럭 타이어 전문점에 씌어진 희안한 문구가 생각난다. "볼트 체결 확인 안 하면 본인 책임!" 우린 바쁘니까 운전자가 다 확인하라는 상당히 이상한 알림인데, 운전자마저 그 확인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참 무서운 상상을 해보게 된다. 대형트럭의 정비 소홀은 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대단히 높지만, 오히려 승용차 대비 그 정비는 더 허술하기만 한 현실이 서글프다.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도 꽤나 많다. 버스부터 승용차까지 너무나도 많다. 일을 하면서 그런 차들이 옆을 지날 때는 섬뜩함을 느낀 적도 많다. 나도 예전에 운전할 때, 앞차에 매우 가까이 붙어서 운전하였던 적이 있었다. 그냥 뭘 몰랐던 것 같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앞서 언급한 트럭의 빠진 바퀴가 반대 차선의 차량-버스를 덮칠 때, 그 버스 역시 안전거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앞차에 붙어서 달리니 본인을 죽음으로 몰고 갈 흉기를 발견할 기회를 놓쳤던 것이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는 희안한 위협 요소가 등장한다. 전라남도 영암의 한 지방도로 포장 공사 상황에서 양측 차량을 교대로 보내는 통제를 하고 있었다. 통제를 어기고 마구 질주하는 차량이 있는가 하면, 공사를 왜 하냐고 욕을 해 대는 이들도 있었다. 남양주의 한 교량 안전검사에서도 역시나 소리를 치며 욕을 해 대는 이들이 있었다. 다른 팀장의 작업 현장-광주 광역시에서는 무언가를 집어던지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도로를 포장하면 좋은 것이 아닌가? 교량의 안전을 점검하면 좋은 것이 아닌가? 더 나은 것을 위해 잠시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게 어쩔 수 없는 과정인데, 그 잠시를 참지 못하는 인간들의 폭력성에 무척 놀랐다.


차들과 운전자들만 위험을 만들어 내는건 아니었다. 작업자들의 부주의한 작업으로 인해 파편 등이 튀어 차량에 상처를 입히는가 하면, 용접으로 튄 불똥으로 인해 큰 화재의 위험에 처하기도 했었다. 최고 기온의 기록을 갈아 치우던 어느 여름 날, 발전기가 과열되어 불이 나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교량이나 고속도로의 CCTV 등 감시체계가 원활히 작동한 덕분에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막았었다. 또, 어떤 경우는 작업자가 타고 온 승용차가 내리막길에서 운전자 없이 굴러 내려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도 있었다. 전방주시를 제대로 한 운전자가 그 차를 제대로 피하여 다른 사고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작업 이후 공구 등을 제대로 챙기지 않아 도로 위에 쇠붙이 등이 있는가 하면, 마시고 먹던 캔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를 그대로 도로 위에 두고 가버리는게 일상다반사다. 어느 동료는 본인이 먹은 후 나온 캔 등의 쓰레기를 도로 옆에 던지고선 이래야 청소작업자들도 먹고 산다는 역겨운 이야기를 해댄다. 현장에서 관찰한 결과, 그건 허무맹랑한 소리일 뿐이다. 쓰레기는 고스란히 쌓여 더 지저분해 질 뿐이었다. 어떤 이들은 고공의 교량에서도 캔 등의 쓰레기를 던진다. 사람이라도 죽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또 어떤 이들은 남의 밭과 논에 쓰레기를 힘껏 던져 버린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니, 나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되어야겠다 싶어 내가 만들어낸 쓰레기는 모두 내가 되가지고 오려고 노력했다. 간혹 제공되는 식사의 플라스틱 용기들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팀원들 것 까지 내가 되가져와 분리수거 등의 처리도 했었다.


첫 직장의 상사 한 명은 안타깝게 고속도로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 채 마흔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접촉사고가 있은 이후 차에서 내려 확인을 하던 차에 뒤에서 오던 차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들을 그가 그 때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만약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차에서 내려 안전하게 도로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다. 방호울타리를 넘어 도로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관련한 사고가 워낙 많다 보니 한국도로공사에도 관련 홍보차 [비트박스]를 만들어 낸 것을 본다. 비-비상등을 켜고, 트-트렁크를 열고, 박-밖으로 대피, 스-스마트폰으로 신고. 우선 관련 사항을 알기 쉽게 알리려고 만든 노력에 감사를 전한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비상등을 켜고, 뒤에서 차가 오는지를 본다. 오지 않는다면 트렁크를 열고, 만약 트렁크를 여는게 여의치 않다면 포기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도로 밖, 즉 방호울타리 바깥 쪽으로 피하는 것이다. 이 때에도 차가 오지 않음을 확인하여 안전하게 건너야 한다. 경험상 차가 아무리 많이 오더라도 한 번씩은 그 흐름이 끊기는 때가 꼭 있다. 그 때 재빨리 대피해야 한다. 그 후 보험사 등에 연락을 하는게 맞다. 요즘은 관제가 워낙 잘 되다 보니 사고가 나면 알아서 고속도로 지사에서 나오기도 한다. 또한 승용차의 경우, 무료 견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로의 상식을 알지 못하였을 때, 차 안에 있는게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이것은 죽음을 부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도로에는 일상과 다른 도로의 상식이 존재한다. [비트박스]를 따르는 것이 본인의 목숨과 차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책이다. 일반 도로에서의 상황은 이와는 다르니 잘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다만, 뒤에서 오는 차가 나를 잘 발견하리라는 보장은 어떤 경우에도 할 수 없다. 도로 위는 bad driver가 절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동차가 주인인 땅, 도로 위에서 차들과 운전자들을 겪어보니 운전에 조심성이 더 더해진다. 나는 위험이 되지 말아야지!, 나는 내가 지적했던 위험 행위를 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bad driver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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