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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럭키준배 Sep 22. 2024

<베테랑 2>, 웃으며 보기엔 무겁고 진지하게 보기엔

영화 리뷰 (스포 있음)

  장르란 무엇인가?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는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예술가와 수용자 간의 어떤 묵시적인 계약에 의해 공유되는 일단의 관례와 규약’을 장르로 규정했다. 장르는 저마다 공통된 특성, 즉 ‘관례와 규약’이 있다. 가령 추리물에는 항상 미스테리한 사건과 진상을 파헤치는 주인공이 나온다. 신선한 재미를 위해 관례에 변주를 주는 건 좋지만, 관례를 아예 무시해 버리면 사람들이 작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미스테리한 사건이 없는 추리물은 사람들에게 ‘추리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두 개 이상의 장르를 융합할 때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장르가 조화를 이루면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개봉 전 슈퍼히어로 장르와 호러 장르의 융합을 예고하며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강력한 마법사 ‘닥터 스트레인지’가 빌런 ‘스칼렛 위치’로부터 마법 하나 쓰지 않고 도보로 도망치는 장면은, 호러 영화에서는 빠질 수 없는 연출이지만, 전작에서 보여준 닥터 스트레인지의 다재다능함을 부정하며 팬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결국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슈퍼히어로 영화로서도, 호러 영화로서도 매력을 어필하는 데 실패했다.


  <베테랑 2> 또한 마찬가지다. <베테랑 2>는 코미디 영화이자 스릴러 영화다. <럭키>, <극한직업> 등 범죄라는 소재를 사용한 코미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벼운 위기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악역 또한 익살스럽거나 어딘가 허술한 면이 있어 사건이 가볍게 마무리돼도 위화감이 크지 않다.


  하지만 <베테랑 2>의 악역 박선우(정해인)는 ‘익살’과 ‘허술’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치밀한 계획으로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처럼, 종국에는 서도철(황정민)이 아들과 죄 없는 일반인 중 한 명의 목숨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러한 서스펜스는 서도철의 팀원들이 납치된 아들을 구하고, 서도철과 박선우가 익살스러운 전투를 벌이면서 끝난다. 사적제재를 둘러싼 딜레마, 아들과 일반인의 목숨 사이의 딜레마는, 속된 말로 ‘얼렁뚱땅’ 마무리된다. 


  <베테랑 2>는 분명 재밌는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는 극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며, 연출도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그럼에도 <베테랑 2>를 고평가 하지 않는 이유는 코미디 장르와 스릴러 장르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테랑 2>의 기승전결에서 ‘기’와 ‘결’은 코미디 영화, ‘승’과 ‘전’은 스릴러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중 분위기 전환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퇴색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깎아 먹는 결과를 낳았다. 결말까지 스릴러 장르의 분위기를 이어갔다면 좀 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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