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행복에는 이유가 없나?

by 정서

나는 불행할 때 이유를 찾는다.

왜 슬플까. 왜 짜증 날까. 왜 기분이 나쁠까.

이유를 찾으면 그것만 해결하면 기분이 나아질까 싶어서이다.

그런데 행복할 때는 이유를 찾지 않는다.

왜 기쁠까. 왜 신날까. 왜 재밌을까.

이유를 찾을 틈이 없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행복을 누리기도 바쁘다.

과거에 행복했던 시간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행복도 무뎌져서 그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가늠이 안된다.

행복했던 순간이 사라진 거 같아서 아쉬웠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난 후로 행복에도 이유를 찾고 싶어졌다.


가장 최근에 행복했던 순간은 JLPT시험을 보고 난 후이다.

긴장감에서 벗어났을 때의 해방감은 정말 상쾌하다.

드디어 끝났다는 그 사실을 인지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시험이 끝난 날은 평소에 하던 걸 하더라도 기분이 좋다.

확실히 고통 후의 행복은 크기가 크다.

그래서인가 학생 때는 주기적으로 행복했던 것 같다.

힘들게 공부하고 시험 치고 노는 게 큰 낙이었다.


또 다른 순간으로는 발리여행을 갔을 때이다.

짱구에서 드넓은 바다와 크게 올라온 파도,

공놀이하는 강아지와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다른 공간감을 느꼈다.

경이로운 자연을 보면 벅차오르는 게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느껴지는 시원함. 해방감. 자유로움.

또한 비일상적인 상황이 주는 신선함과 재밌음을 느꼈다.


누구나 느껴봤을 듯한 행복의 이유들이다.

그래도 행복의 이유를 찾으니 그때 그 순간들이 또렸해졌다.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행복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끊임없는 상상에서 벗어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