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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기 Dec 23. 2024

행복한 농부의 농사 이야기 1

옥수수는 왜 수염이 있을까?


갛던 옥수수수염이 꾸덕꾸덕하게 마르고 빳빳하게 서있던 개꼬리가 꼬부라지면 옥수수 껍질을 안 벗겨 보아도  쪄먹기 적당하게 잘 여물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잘 여문 옥수수를 따다가 껍질을 벗긴다.

옥수수껍질을 벗길 때마다 수염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 했다.


수박이나 참외 오이와 가지에도 수염이 없고 사과와 배 복숭아 같은 과일 에도 수염이 한가닥도  없다. 수염이 있는 곡식이나 과일은  옥수수 외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거 같다.


왜 옥수수만 수염이 있을까?


60년 가까이  농사를 하며  언제부턴가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개미들이 왜 장마 전에 줄지어 이동하는지. 뻐꾸기 왜 봄에만 우는지.

거미는 공중에  어떻게 거미줄을 치는지.

사과꽃이 피고 어떻게 열매가 달리는지.


젊었을 때는 아이들 키우고 학비 대느라

아침 일찍부터 논밭에 나가 어둑해무렵에나 집으로 들어와 저녁 먹으면  바로 들고 쉬지 않고 매일 그렇게 해도 일이 밀려있어 주변을  유심히 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올해도 친환경인증받은 텃밭에 식구들 먹고  친척들에게 나눠줄 옥수수를 심었다. 제초제를 뿌리면 쉽게 할 일을 땀 흘리며 호미로 김매고(풀 뽑아주기)  비료주어  정성 들여 키웠더니 옥수수키가 한길을 넘고 개꼬리가 나오더니  이삭이 달리고 수염이 나다.

며칠 후 개꼬리가 지고 바람이 불어오니 꽃가루가 날아가며 아래로 떨어진다.

아래로 떨어지는 꽃가루가 옥수수수염에

달라붙는다. 옥수수알마다 한가닥씩

붙어있는 수염 속으로 꽃가루가 들어가 수정이 되어 수많은 옥수수알을 키운다

수염이 없으면 옥수수 알이 생길 수가 없다.

옥수수수염이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지를

수십 년을 농사짓고도 몰랐던  개꼬리가 옥수수  수꽃이고  수염이 암술이란 걸 이제서 알게 되었다.


유심히 관찰을 안 했으면  옥수수 쪄먹을 때마다 옥수수수염  뜯기가 귀아서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 평생동안 했을 것이다.

옥수수수염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 줄 모르고!


오늘은 옥수수를 따 맛있게

소중   말려두었다 가을이 오면 구수한 향기가

집안에 퍼지는 옥수수수염차를 끓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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