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고찰

패자의 하찮은 역습

by 고라니


물리적인 폭력과, 언어적인 폭력, 그리고 폭력적 사회의 억압.


세계 최강의 의사를 만들겠다는 범 국민적인 의지와, 의사가 된 사람들과 의사가 되는 것에 실패한 사람들. 그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길을 가겠다고 애써 말하는 사람들. 당신들의 세계란 그런 것 아니겠나 싶다.


그러니까, 그게 그래. 난 학교 가기 전에 아빠한테 혼나면서 뺨따귀 맞았고, 학교 다니면서는 학생부 학주한테 귀때기 잡혀서 싸다구 맞았고, 운동하면서는 선배들한테 토 나올 때까지 혼났고, 군대에서는 어디 부러지기 직전까지 흡연장에서 뒤지게 혼났는데. 그게 내가 선배가 되고 아빠가 되어보니까, 그건 다 금지되어 있더라고. 난 할 수가 없었어. 그게 너무 억울해. 억울하다고.


26살에 예상치 못한 아이의 등장으로 33살인 지금까지, 잡히는 대로 일을 하는 그는 억울했다.


아니 그래도, 그게...


그래. 그게 맞는 길이란 것은 알지만은, 억울한 것은 뭐 누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고. 나도 한 대는 때려봤어야 하는데.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감옥에 갇혀.....



난 항상 기대가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할 때. 근데 모든 입학이 다 비슷했다. 교실에 있었고, 학생들이 있었으며, 앞에서 누가 말 하고 있었고, 그걸 잘 외워서 시험을 봤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고등학교를 중퇴하려던 친구에게 선생님들이 하던 말이었다.


그래도 대학교는 졸업해야 사람취급을 받는다고!

대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이었다.


중학생 때는 공부를 퍽 잘하는 편이어서 지역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갔다.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나름 인서울 바로 밑의 나쁘지 않은 학교에 입학했다. 뭔가 항상 최선을 다 한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고 항상 실패한 느낌이었다. 특히 대학입학 때는 더 그랬다. 공부가 재미가 없어졌다. 학점은 재밌던 과목만 잘 받고 나머지는 그냥 그런 점수를 받았다.


취업하려면 그래도 이 이상은 받아야지

교수면담에서 들은 이야기였다.


잠깐 취업하려고 대학을 들어갔나 싶었지만, 그랬다는 것을 겨우 기억해 내고 졸업장이라도 받아야 겨우 취업의 10단계 중에 1단계를 해낸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냈다. 그 1단계를 해내는 데에, 거의 20년이 걸렸다. 근데 변변치 않는 대학의 졸업장에 완전 순혈 문과의 누구나 다 잘하는 영어를 전공하고 유튜버 레드 오션 그리고 언론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 지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부전공을 했으니까, 0.5단계의 성공이었다. 게다가 난 아직 졸업을 못했다.


좆나 망했다는 생각을 요즘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고라니 학생은 나중에 뭐 할 생각이야?


난 이 물음에 글을 계속 쓰고 싶어서, 그건 계속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을 벌어줄 일을 대충 찾을 생각이라는 말을 기도에서 성대로 공기로 보내다가, 식도로 다시 삼켰다. 이 모든 사고를 생략하고


용접을 할 생각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저번에 어떤 학생도 건설 쪽으로 간다고 하던데, 다른 길을 한번 생각해 봐


아무래도 이 교수의 손을 보아하니 못 하나도 박아보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아니 쉬운 일이 어디 있나. 이런 멍청한 대답을 들었지만, 아무래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왜인지 이 교수는 비웃고, 그게 쉽냐고 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분명 난 웃고 있었지만, 양쪽 볼에 경련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아 - 오늘도 - 져버렸다. 아빠와의 심도 깊은 대화 끝에, 그래도 용접을 잘하게 되면, 기술자가 되면 그리고 호주로 넘어가면 워크 - 라이프의 밸런스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우리 집은 나름 기술자의 유전자가 있기에, 잘할 것이라고 서로 합의를 본 사항인데, 저 사람한테 이야기해 봤자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난 확신했다. 내가 뭐라고.


모두들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에 가면, 대학에 가면, 취업을 하면, 결혼을 하면, 애를 낳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지금은 이렇다. 좋은 고등학교는 한정되어 있고, 인서울 학교 - 서, 연, 고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한정적이고 - 그중에도 의대를 들어가는 사람은 더 적고, 실업률이 엄청나게 높고, 출산율은 엄청나게 낮다. 아무도 괜찮지 않다. 괜찮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병신들 그러게 열심히 했어야지. - 너의 업보라고 생각한다. 난 열심히 했고, 이런 모든 것을 누릴 권리가 있어.


너 빼고 아무도 괜찮은 사람이 없다. 그게 문제였다. 네가 괜찮은 이유는 우리가 괜찮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그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간단했다. 대학 입결이 좋고, 공부 분위기가 좋았으며, 지역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여서 - 선배들이 우리를 끌어준다. 난 목이 졸리다가 3년이 지나가 버렸으며, 남은 것은 고등학교 졸업장과 대학입학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우리 고등학교 선배들이 곳곳에 많이 있을 것이며 그들이 우리를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그런 것은 전혀 없었고, 다들 혼자 살아남기 바빴으며 그들을 발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법학과 출신의 사람들이 만든 이 일련의 사건과 사고들을 독일에서 보고 있었다. 국회의 창문이 깨졌고, 군인들이 들어갔고,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저항했다. 그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난 점점 관심을 줄여갔다. 나는 참여할 수 없는 느낌의 그들만의 절차와 대화가 오가는 느낌이었다. 나와 나의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들어줄 필요도 없었고, 그럴 가치도 없었다. 난 그들을 이해한다. 나 같은 사람은 보이지도 않겠지.


이게 트루먼쇼가 아니면 뭐지

이게 연극이 아니라 뭐지

잠에서 깨면, 그 또 다른 세상은 여기보다 좋은 세상일까?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코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 이상 <날개>


목적과 꿈을 누군가가 끊임없이 물어봤다. 난 항상 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마다 난 자신 있게 대답했다. 분명히 꿈은 크게 가지는 것이라고 해서 큰 꿈을 말했는데, 나의 꿈은 점점 작아져갔다. 그럴수록 난 무엇인가를 버려야 했고, 그건 곧 실패의 경험이었다. 전공에 맞추어 직업을 가지는 사람을 찾기도 힘든 세상에서, 티브이에서는 항상 실업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젊은 사람들은 항상 힘들어했다. 그걸 26년간 봤는데, 이제는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아무도 회사원이 꿈인 사람이 없었다. 의사, 과학자, 아나운서, 스튜어디스, 선생님 등등이 모두의 꿈이었다. 공부를 못하면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서 그런 것은 꿈으로 가지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일들은 너네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밥먹듯이 들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그들의 꿈은 돈을 많이 벌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편하게 사는 것이었다. 고국의 사람들의 꿈은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것으로 점점 바뀌어 갔다. 집으로 꼼꼼히 송금한 밍의 집이 점점 으리으리해지는 것을 보면서 그랬다.


파마를 했다는 이유로 반성문을 쓰면서 선생님 5명에게 서명을 받고 마지막으로 담임의 서명을 받아서 학생부에 제출해야 했던 날을 난 잊을 수가 없다. 또 성적이 나왔는데, 문과학생들 중에 난 중간보다 약간 아래였다는 것을 확인한 그날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네놈들의 "넌 물어봐도 모르니까"라는 말이 포함된 그 시선도 잊을 수 없다.


이 당신들의 리그에서 진행되는 게임을 그만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그게 요즘 제일 문제이다. 맹목적인 목적주의와, 파시스트들을 만드는 학교.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하던데, 그래서 내일 뭐 해야 하나 항상 고민이 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이라도 날자꾸나

한 번만이라도 날아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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