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by 고라니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난 아무것도 하고있지 않았지만, 그냥 그런 심정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런 뉴스가 흘러나온다. 취업률, 중고신입, 프리터족, 국민연금.


누구의 잘못인가 매일 싸우고, 그 싸움속에서 의미없는 중립을 찾는 언론과, 그 언론이 편향되었다고 소리치는 사람들 속에서 모두들 진실에 관심이 있는 척 했지만, 그냥 스트레스를 풀 만한 싸움거리를 찾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폭발 직전이었고,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은 그냥 쌓이고 있었다. 이젠 하나하나 들추어 보기에도 벅찬 수준까지 왔다. 그리고 요즘은 폭발중이다. 근데 폭발 직전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여전히 폭발이라는 문제가 하나 더 쌓인 수준으로 다들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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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동안 하기 싫은 것은 절대로 하지 않고 살아왔는데요, 근데 이제는 그러지 않을 시기가 왔습니다.


그렇군요. 응원하겠습니다.


제가 대신 이건 말 해야겠습니다. 개인마다요


네 말씀하시죠


개인마다 선이라는게 존재합니다.


뭐 그렇죠. 사람마다 다르지만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선만 지켜주시죠


그게 뭔지 말씀해 주시면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워라벨이요


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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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투수가 몸을 관리한다고 운동을 적당히 한다는 뭐 그런. 이 말을 듣던 어떤 은퇴한 투수는 경기도 뛰지 못하고 몸 건강히 집에 가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다.


어제 나의 상사 김과장은 이 말을 인용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자기가 이 회사에서 보여준게 뭐가 있다고 왜 지금 퇴근을 하려고 하지?


아니 전 며칠전부터 말씀 드렸는데요. 약속이 있어서요.


다들 뭐 집에 빨리 가고 싶지. 그래. 안그런 사람이 었딨을까?


그렇죠 그래서 며칠전에 말씀ㅇ


근데 자기는 존나 이기적이게 다들 일하는데 집에 간다고 하네? 그치?


근데 왜 초과는 못찍게 막으시는건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마음속에 돌덩이를 그냥 무시하고 그 무게만을 느끼면서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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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월급을 생각했을때, 내 월급은 실질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왜 회사는 항상 위기일까?


야이 병신아 경제가 다들 어렵잖아


그럼 안 어려울때는 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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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경력직만 쳐 찾는데, 나 같은 무 경력자는 어디에서 경력을 쌓냐?

라는 말이나온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우리가 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들은 대학졸업장이 유일한 스펙이었다.


요즘은 골프를 치러 다니며, 유흥업소에도 이따금 가고, 어쩔 수 없는 업무의 일환이라고 한다. 그 누구도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그게 제일 슬픈일이다.


나는 신입때 집에도 가지 않고 야근을 밥먹듯이 했어.


저도 스펙이 대학 졸업장밖에 없으면 그렇게 할거 같은데요. 그러기 싫어서 스펙을 만들었는데.


나의 노력을 폄하하지마


당신도 그러지 마 그럼.


그리고 다신 대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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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안이 여야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세대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아들은 아빠를 혐오하게 되었고, 딸은 엄마를 험오하게 되었다. 이미 아들들은 딸들을, 딸들은, 아들들을 싫어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 모두가 모두를 싫어하게 되었다.


멍멍 야옹, 짹짹, 으르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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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남 녀 노 소

남 녀 노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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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오는 1학년 애들 정말 싸가지가 없어.


요즘 들어오는 신입생애들 정말 개념이 없어


요즘 들어오는 신규 인턴들 정말 보고있으면 화가나


요즘 젊은 놈들은 눈치도 없고, 인사도 잘 안하고 싸가지도 없고


다들 화가 많이 나 있는데, 왜인지 잘 모르겠다. 그들도 사실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었음에도, 그게 참 모르겠다. 화내지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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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안하고, 아르바이트만 하고, 공부도 안하고,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를 죽기 살기로 하는 것도 아니고, 너 요즘 정신 안차리고 뭐 하는 거니? 열심히 살 생각은 있는거야?


30세 정도에 취업해서 45세에 명예퇴직을 당하는데, 20년 넘게 공부해서 15년 일하고 버려지는데,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요트 하나 사서 어디 유랑하면서 술이나 좀 먹고, 영상도 올리고, 인스타도 올리고 하고 싶은데. 그런 욕심에 비해서 난 너무 게으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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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일어나서 3시에 잠에 듭니다 저는. 거의 10년을 이렇게 살아왔어요. 그리고 전 성공했습니다.


3달정도를 따라하다가, 대상포진에 걸려서, 한참 고생했습니다. 전 성공할 자질이 없나봅니다.


나약한 녀셕... 너랑 나랑은 유전적으로 달라


라는 말 까지는 안했지만, 그게 그런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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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야가 극적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그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거죠.


시발 그걸 왜 거기서 찾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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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전투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뭐든 이겨야하고, 꿈을 가져야 합니다. 아니 야망을 가져야해.


일단 불평불만도 열심히 하고 나서야 할 수 있는거야.


이런 말로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의 발언권을 막아버렸다. 지지 않는 싸움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일단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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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성매매를 합법화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 왜 해봤어? 좋디?


......... 뭐야 씨발 싸우자는건가?


닥쳐 성 범죄자 새끼야.


일단 말은 할 수 있는거잖아


그건 거기 가본 적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야.


그런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겠지


.........? 어 잡았다ㅇ 이새끼


아니 근데 말은 할 수 있는거 아니야?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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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로 돌아온 20대 중반의 고라니씨는 약 2주동안은 생기를 느끼고,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의지로 불타올랐지만, 왜인지 요즘은 동력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왜인지 찾은 느낌이었지만, 그래서 더 무력해졌다. 이런 고민을 상세히 이야기 할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면서 그냥 답답함을 축적할 뿐이었다. 계류되고 있는 국회의 법안처럼,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가는데 그걸 해결하기는 커녕 쌓아 올리는데에도 힘이 들었고, 그걸 하나하나 들추어 보는 것은 더 힘이 들었다. 모든 것이 정답이 될 수도, 오답이 될 수도 있는데, 그 결과값이 고라니씨를 어디로 데리고 갈 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이건 뭐, 허공에다가 주먹을 날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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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하루 평균 35.4명이 스스로 숨을 쉬기를 포기했다. 이는 OECD국가중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죽긴 왜 죽어..... 개똥밭이어도 이승이 더 좋다는데....



당신은 사후세계를 믿으셔야 합니다. 지옥가고싶지 않으면요.


아뇨 제 이야기를 들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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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조상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근데 제 남자친구는요, 제 말을 들어주지 않고 그만 징징대라고 하구요...


그게 조상의 덕이 막혀있어서 인생이 고달픈겁니다


부모님은 멀리 사시는데 아프셔서 이게 힘들다는 이야기 하기도 힘들구....


부모님이 아픈 이유도 바로 그겁니다! 빨리 제사를 다시 지내야해요


근데 열심히 일하는데 돈은 없구요....


초기 비용을 들이면 나중에는 탄탄대로에요!


직장에서는 무시만 하구요


그 사람들을 위한 비방술도 있습니다.


아무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제사를 지내신다는 거 좋습니다 가시죠


감사합니다


아뇨 제가 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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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씨는 아무튼 아직 집에 있다. 다음 주에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주 4일에 하루 8시간을 일한다. 근데 뭐 이게 사실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해야 한다. 가끔 일찍 출근 할 수도 있고, 어쩔때는 쉬는 날에도 나갈 수도 있다. 돈은 생각 한 것 만큼 많이 벌 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아직 목표가 있어서 그렇다. 위의 문제는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뉴스를 다시는 보지 않을 생각이다.


사회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말을 할 자격이 없어.


아 씨, 말한번 하기 드럽게 힘드네. 너도 스트레스 받으니까 닥쳐


그리고 귀를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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