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하지만,
신들이 보기에는 엿듣기 좋아하고 입이 싸며 교활한 놈 그리고
신들을 우습게 여기는 자식.
이것이 시지프스에 대한 평가이다. 시지프스는 신의 분노를 사서 형벌을 받았다.
근데 난 뭘 잘못했지?
오늘 아침에 든 생각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매일 아침 롤테이너에 물건 박스를 가득 싣고 비탈을 밀고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2층에 가게 안에 들어가서 롤테이너 물건을 다 정리하고, 빈 롤테이너를 끌고 다시 지하로 향하고, 그 작업을 반복했다. 물건이 다 올라올 때까지. 내일도, 내일모레도, 다음 주에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난 뭘 잘못했지?
사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시작했다. 이게 싫었으면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일을 시작할 때 당시에 나에게는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자신만만했으며, 긍정적이었다. 사실 지금은 일을 시작할때만큼 힘들거나 그렇진 않다.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보람이 없다는 점이다. 뭐 아르바이트 따위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 어쩌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왜냐면 대부분 보람을 월급에서 찾으니까.
그런데 뭐 그런 거 있잖아.
내가 만든 커피가 맛있다고 해주는 손님
내가 청소한 점포가 깨끗해서 또 오고 싶다는 손님
일을 어제보다 잘한다고 말해주는 칭찬
나의 노동이 사회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뭐 그런.
점점 일이 익숙해지고, 동료와 환경에 대한 익숙함에 아무 말 없이 의무감과 습관으로 일을 하게 되자, 의미 없는 노동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적응을 하니까, 점포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이라서, 그걸 알아도 바꿀 도리가 없었다.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지만, 그런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 그러니까,
내가 뭘 잘못했지?
신은 왜 시지프스에게 벌을 주었을까. 휴머니즘이 있는 인간이자, 능력 있고, 신과 승부를 칠 수 있던 사나이 시지프스는 살아생전 신을 분노하게 만들어서 형벌을 받게 되었다. 돌을 뾰족한 산 정상에 올리기. 이는 불가능했고, 돌은 항상 다시 산 아래로 내려왔다. 신들은 이걸 보면서 고소해했을까?
한화 이글스와 관련된 사건 중 벌투 사건이 있다. 2016년 4월 14일 송창식 선수는 마운드에 올라서 90구를 던지고 12실점을 했다. 그러는 동안 불펜에서 몸을 푸는 선수는 없었다. 이는 명백한 방치였다. 혹사였고, 가혹행위였다. 자꾸 실점을 하지만, 다시 공을 던져야 했던 그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진다. 은퇴 후에 송창식 선수의 말에 따르면 이후에 매일 러닝을 하고, 공을 더 열심히 던지면서 밸런스가 잡혀서 오히려 좋은 투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러닝을 하는 동안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했다고 한다. 공 던지는 생각,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고찰, 러닝 자세에 대한 생각 등등....
우리는 다행히도 괴로운 반복작업을 하는 동안에, 괴로움만 느끼지 않는다. 누가 괴로우라고 이상한 일을 시켜도 우리는 괴로움만 느끼지 않는다.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향해 내려오는 순간이야말로, 시지프스가 자신과 운명을 이기는 승리의 순간이다.
어떤 이들은 내일도 할 일이 있어서 즐겁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누군가는 일이 끝나고 쉬는 시간을 기대하며 행복해한다. 나는 돈을 모아서 지내게 될 앞으로 다가올 다음 학기를 매우 기대 중이다.
.............야 인마 집중 안 해? 일에 집중 안하고 뭐해!
앞으로 삶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마는, 삶이 끝나기 전에, 나의 반복에 대한 위대한 결과를 얻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뭐 얻지 못한다면 아쉽게 된 거지 뭐. 나는 시지프스처럼 능력 있고 대단한 인간은 아니기에 그렇다. 그렇지만 휴머니즘은 있는 것 같다. 나는 개나 고양이보다 사람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해도 일에 대한 권태와 괴로움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이것은 버틸만하다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러니까 난 아무 잘못 없다. 원래 그런거다. 다들 그런거다. 이만한 달콤한 위로되는 말이 또 있을까? 그래서 더 의심되고 왜인지 소름끼친다. 당신이 어떻게 알아.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별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