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by 고라니

세상에는 참 다양한 종류의 진통제가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타이레놀부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까지. 사람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기도 하지만, 나의 짧은 식견으로 보기에 진통제는 상황에 대한 잠깐의 모면에 가깝다. 그러니까, 임시방편이라고.




야구선수들은, 특히 투수들은 어깨나, 팔꿈치 수술을 많이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구속이 엄청나게 잘 나오던 강속구 투수들의 경우, 어깨 부상을 당하고 구속이 내려가 큰 좌절을 겪는다고 한다. 루키시절,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기회를 얻었는데, 2군에 내려가고 싶지 않아서 무리하게 연습을 하다가 어깨 부상을 당하고, 부상 사실이 알려지면 2군으로 내려갈까봐 아프다고 말 하지 않는 그런 선수들은 대부분 진통제를 찾아먹는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진통제는 내성이 있어서, 초반에만 효과를 보고 점점 고통이 다시 찾아와 결국에는 2군에 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 프로그램인 "스톡킹"에 나오는 투수들이 많이 하는 말은, 그때 무리하지 말고 2군에 내려가서 천천히 재활했으면 야구 더 오래하지 않았을까? 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진통제는 흔한 약품이다. 특히 타이레놀은 거의 만병 통치약처럼 사용된다. 소염제인 타이레놀은 감기로 인한 발열 및 통증, 근육통, 생리통, 염좌통 등의 많은 통증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는 감기에 걸렸을 때면 타이레놀을 먹곤 했는데, 군대에 들어가서 발목이 아프다고 군의관에게 말하자 타이레놀을 처방해 주는 것을 보고 저새끼 돌팔이구나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근육통 및 염좌통에도 타이레놀이 사용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앞에서 기침하던 놈이 타이레놀을 가지고 나온 탓이 더 크기도 하고, 왜인지 근육통 관절통과 감기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휴식을 취해야 했지만, 여건상 그럴 수 없었다. 타이레놀 같은 것이나 먹고 뛰어다녀야 했다. 뭐 그런 거지.




하루 던지면 2주 정도는 휴식을 해야합니다. 어깨 부상을 당한 투수에게 의사가 한 말이었다. "그런데 하루 던지고 2주 쉬겠습니다. 그러면..... 그러면 그게 프로 선수냐고요. 그래서 일단 알겠다고는 했는데, 매일 공을 던졌습니다. 아파도 진통제 먹는거로는 힘드니까, 주사 맞고 스트레칭 하고 던졌죠. 근데 하루 하루가 정말 힘들더라구요. 어떤 날은 구속이 130초반 나와서 좌절하고, 어떤 날은 145나와서 좋아하는데, 다음날 아파서 공도 못만지고. 그래서 은퇴했습니다. 타자랑 승부를 봐야하는데, 나와의 싸움을 하고 있으니."라고 투수는 회상한다.




혹시 제가 40 초반인데, 일을 쉬고 있거든요, 저와 비슷하신 분 있으실까요?

ㄴRE : 저는 아파서 1년가까이 쉬고있어요. 실업급여 타면서 버텼는데, 이제는 쉽지 않네요.



"몸관리도 실력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어쩌면 "운도 실력이다"와 비슷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위에서 떨어진 건설 자제에 발등이 찍혀 당분간 일을 못하게된 노가다 김씨에게는 너무 가혹한 말이었다. 모든 상황이 김씨의 발등에 무언가 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발이 너무 간지러워서 잠깐 안전화를 벗은 그 찰나의 시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똑같은 사건을 당했던 미국의 아담씨는 보험이 없던 탓에 엄청난 병원비를 청구당했다. 그리고 손에 마약성 진통제가 쥐어진 채로 아픈 발을 끌고 병원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켄싱턴 거리에서 고통을 잊은 채로 배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담씨는 실력, 즉 운이 없었다.




통증 클리닉. 진통제 처방. 고통 제거. 더 강한 진통제 처방. 고통 제거. 완치. 더더 강한 진통제 처방. 그러다 진통제를 먹지 않게 되면, 유예했던 고통들이 몰려온다. 발목이 아프지만, 돈을 벌기위해 파스를 뿌리고 물류센터에 출근하던 누군가는 몇달 뒤, 허리도 아프게 되어서 일을 쉬게 되었다. 나중에는 온몸에 파스칠을 하고 일을 나갔는데, 더 나중에는 파스도 소용이 없더랬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아달린과 아스피린.

당시 사람들이 애용하던 수면제인 아달린과, 진통제 및 항염증제인 아스피린.

요즘같이 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 그런날에 필요할 것 같은 그런 아달린.

그런 생각으로 정기적으로 아달린을 먹던 사람들은 대부분 브롬중독에 걸렸다.




그래서 무슨말이 하고싶냐고?


요즘 좀 힘들길래 고통을 즐기기로 했다. 잠깐 힘들다고 진통제 같은거 찾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잘 쉬고 잘 대처하면 진통제 먹는 것보다 느리지만, 어차피 괜찮아진다는 믿음으로. 그러다가 크게 망가지면, 그때는 운이 좋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고 회복에 전념하지 뭐.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 물론 그때즈음이면 회복할 여유도, 파스를 뿌리면서 다닐 여유도 없을 것 같다. 뭐 다들 그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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