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시대를 이기는 쓸모의 재발견

기술이 완벽해질수록 인간의 불완전함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by 스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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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가 인간의 거의 모든 지적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면, 우리는 교육의 목적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교육이 지식의 전달과 기술의 습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AGI 시대의 교육은 더 이상 그런 방식만으로는 의미를 갖기 어렵다. 기계가 더 빠르게 학습하고 더 정확하게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인간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떠올릴 때, 나는 오히려 인간의 쓸모가 새롭게 드러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AGI 시대는 인간 능력의 축소가 아니라, 인간 고유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AGI가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시대에는 정답을 외우는 교육이 설 자리가 없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넣어주는 교육 방식은 결국 AI와의 경쟁을 부추기거나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신 교육은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어떤 관점을 선택하고 어떤 문제를 붙잡는가가 더 중요해질 것이며, 이러한 능력은 단순한 정보 습득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교육은 사고의 구조를 키우고, 관찰의 깊이를 가르치며, 질문을 만들어내는 감각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AGI 시대의 교육은 인간적인 요소를 더 많이 다루게 될 것이다. 사람의 감정, 맥락,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은 자동화될 수 없고, 학생 개개인의 삶을 이해하는 작고 섬세한 노력은 어떤 기술도 대체할 수 없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때로는 학생이 불안해하는 이유를 읽어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실패를 다시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일이 더 중요한 교육이 된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적인 배움의 순간은 더욱 귀해지고, 이러한 경험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교육의 힘이 된다.


AGI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은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없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기존의 규칙을 다시 쓰고, 여러 영역을 융합해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육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전문 영역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연결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예술과 과학, 기술과 인문, 데이터와 철학을 엮어내는 힘은 AGI가 모방하기 어려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이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과 개방적인 사고를 허용하는 교육 환경에서 자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배움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AGI는 무엇이든 알려줄 수 있지만,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는 학생 각자의 삶의 목적과 연결되어야 한다. 교육은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의 흥미와 가치, 경험을 기반으로 “나는 왜 이것을 배우는가”를 설명할 수 있을 때, 학생은 AGI 시대를 이기는 자기만의 쓸모를 갖게 된다. 배움의 속도가 아니라 배움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 교육의 중심이 된다.


AGI 시대의 교육은 결국 인간을 기술과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만드는 과정이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감정과 경험, 사고와 해석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교육. 미래가 요구하는 정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없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 이런 교육이야말로 AGI 시대에 인간의 쓸모를 확장하는 길이다.

기술이 완벽해질수록 인간의 불완전함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교육은 다시 상기시킨다. 학생들이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AGI 시대를 이기는 교육의 본질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학생은 자신만의 쓸모를 발견하고, 인간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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