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와 감사의 경험을 쌓기
금요일은 트레킹 데이~!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저자인 뇌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주인이 되기 위해서 친구와 정기적으로 점심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번갈아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공여와 감사의 경험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정기적이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요. 사실 생각나면 연락해서 만날 수 있지만 정기적으로 만남을 계획하는 것은 그 시간을 상대와 함께하려고 미리 떼어놓지 않으면 힘들겠지요.
어쩌다 보니 감사하게도 이런 시간을 3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은 친구와 오전 11시쯤에 만나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코로나 19로 실내를 꺼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와 제 집, 주변 산책길을 걷다가 조금씩 반경을 넓혀 목적지까지 차로 이동해서 주차해 두고 소풍가방만 챙겨서 백보 안에 있는 자연에 발을 담습니다.
번갈아 가며 도시락을 싸고 커피도 내려 텀블러에 담고, 물과 손수건까지 챙겨 넣은 소풍가방을 둘러매고 가볍게 출발합니다. 사람과 자연과 온전히 함께하는 하루지요.
횟수가 거듭되다 보니 한 곳을 여러 곳에서 조망하기도 합니다. 개성을 문수산에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김포 애기봉전망대, 임진각에서도 보게 됩니다.
북한에서 걸어놓은 선전문구가 선명하게 보일수록 분단 상황임을 상기하게 되고요. 상처가 아물어 각기 다른 몸이 되기 전에 몸이 끊어져 피가 흐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던 박완서 작가의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이 떠오르기도 했지요.
테마를 정해서 다녀보기도 합니다. 능으로. 섬으로, 서울 성곽길, 수목원, 한창 덥거나 추울 때는 도서관에서 잠시 책을 읽고 그 주변 산책로를 걷기도 합니다.
동구릉, 정릉, 장릉, 서오릉, 서삼능, 석모도, 교동도, 주문도, 등 아는 만큼 느낀다 했던가요. 번잡한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까이에 산이 있고 크고 작은 물줄기가 벌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났구나 싶습니다.
숨이 차도록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길 외에는 친구와 대화를 이어갑니다. 한 주간 몸이 경험한 사건과 감정들을 풀어내고 서로의 끄덕임에서 공감과 위로, 격려를, 때로는 맥락 없이 오가는 가벼운 말, 순간의 깔깔거림까지도 모두 소중한 시간들이지요.
어제는 친구가 마늘종을 뽑으러 가자합니다. 지금이라야 먹을 수 있다며 인근공원으로 가려던 경로를 변경해서 친구밭으로 향했습니다. 친구 집에 차를 두고 20분 정도 아파트 산책로를 지나오니 시야가 탁 트이는 논밭이 시작됩니다. 이양기로 모를 심고 있는 모습, 먹이를 찾고 있는 백로와 물오리도 보입니다.
또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밭에는 마늘, 파, 상추등 먹거리가 풍성하니 내 먹을 거 내가 짓는 삶이 복되다 싶습니다.
마늘종은 처음 뽑아보는데 슬슬 달래며 힘조절을 하다가 마지막에 '쫑'하고 당겨야 합니다. 저야 뽑기보다 자른게 많지만 밭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한없이 평화롭습니다.
친구 인심에 둘이 들어도 무거울 정도로 가득 담은 마늘종 상추 미나리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은퇴 후에 여유로워서 일까요. 자연에 인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세심해지는 걸 보니 자연적, 인간적인 감수성이 더 활성화되는 모양입니다.
만물이 생의 에너지로 충만한 요즘 독자 여러분이 정기적으로 마음을 쏟고 계실 시간, 공간 또는 사람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