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보낸 등기는 처음이었다. 짐작 가는 무엇도 없었다. 뭘까? 대체 법원에서 왜 갑자기 나에게 등기를 보냈을까?
갑자기 엄습한 불안감에 인터넷을 찾아봤다. 법적 분쟁을 제외하고는 과태료 사유인 듯했다. 하지만 내가 과태료를 내야할일은 전혀 없었다.
나는 이때까지 살아온 내 인생 전반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서러움을 준 적이 있었던가? 악플이라도 달았던 걸까? 나도 모르게 내가 신호 위반이라도 했었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하나뿐이었다. 나도 기억 못 하는 악플을 달았든, 남의 물건을 모르고 들고 갔든, 신호를 무시했든, 사람을 치었든 - 그 어떤 무서운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 법원이 아니라 경찰에게 먼저 연락이 왔어야 했다. 그럼 이건 빼박캔트이다, 소장이다!
그런데 내가 타인에게 소장을 받을만큼 누군가에게 잘못한 기억은 없었다. 황당한 마음엔 전자소송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이런저런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단다. 겨우 로그인하려니 또 공인 인증서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또 은행 사이트에 로그인을 해야 한다. 은행 사이트에서는 또다시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했다. 인내력 테스트인지 뭔지 20분이 지나도 설치가 완료되지 않는다. 허, 참! 짜증은 나는데 짜증을 유발한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자고, 내일 등기받아보면 알겠지 하고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억지로잠을 청했다.
다음날 확인한 법원 등기는 역시나소장이었다. 그것도 나에게 '근저당말소'를 요구하는... 문제는,나는단 한 번도 근저당을 설정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디서 어떻게 신청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만큼이나 두꺼운 소장의 여러 명의 피고 사이에 내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었다. 대체 내 인생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흥분 상태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소장을 넘기다 보니 원고도, 피고도 아닌데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살았던 집의 주인 이름이었다. 이제야 상황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 집주인이 내 명의를 도용해서 본인 재산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왜?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을 안 갚으려고!(그렇게 된 과정은 이하 생략)
거의 한 달을 꽉 채워서 답변서를 제출했다.
몇 달이 지났는데, 그 사이 피고만 더 늘어나고 법원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 전자소송 사이트에도 변화가 없은 지 오래다.
어쩌다가 남의 일에 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든 이 사건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나'는 제발 좀 빼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