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사업일지

좌충우돌 50대 아줌마 사업 이야기

by 볕뉘

좌충우돌 50대 독립출판 일지

파주에 도착했을 때부터 마음이 바빴다.
교보문고 본사에서 MD님 미팅이 있는 날.
독립출판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본사’라는 이름 앞에 서는 순간이었다.

건물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1시 정각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출판사 대표님이 와 계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앞에 서 있는 다른 출판사 대표님들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한 손엔 반듯한 신간, 다른 한 손엔 보도자료로 보이는 종이들.
나는 그제야 내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가방 안에는 마음만 있었고, 꺼내 보여줄 물건은 없었다.

망설이다가 결국 실례를 무릅쓰고 물었다.
“혹시… 미팅할 때 소개할 책을 가지고 와야 하나요?”
돌아온 대답은 잠시의 여지도 없이 명확했다.
“당연하죠. 책이랑 보도자료는 필수입니다.”
그 순간, 나의 영혼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머릿속이 하얘졌고, 발바닥에서부터 식은땀이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대표였고, 프로여야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미팅을 해야 한다는 각오로 흩어진 정신을 다시 주워 담았다.

MD님과 마주 앉았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솔직해지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처음이라 모든 게 어설픕니다.
관련 자료나 책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기본 등록 이야기를 중심으로 말씀을 전해도 괜찮을까요?”
잠시의 침묵 뒤,
“그러세요.”
그 짧은 한마디가
얼마나 큰 배려였는지 모른다.
나는 준비해 온 말들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유명 작가의 책은 아니지만,
아주 조용히 많은 사람의 손에 닿아
하루를 버텨낸 마음에
작은 햇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러자 질문이 돌아왔다.
“앞으로 판매 계획은 있으신가요?”

그제야 알았다.
책은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원고를 완성하고 인쇄를 마쳤을 때
나는 이미 다 해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었다.
북토크, 신간 안내, 신인 매대 입고 계획을 이야기하며
나는 처음으로 ‘출판’이 아니라
‘판매’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절대 책은 마음만으로는 서점의 선반 위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겨울 햇살이 천천히 흘러갔다.

책은 혼자 쓰는 일이지만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고,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문장을 세상으로 데려가기 위해
수없이 설명하고, 설득하고, 기다리는 일이다.
좌충우돌이었지만 그래서 더 진짜였다.
아직은 어설픈 독립 출판사 대표의 하루가 언젠가 누군가의 손에서
하루의 위안을 건네는 책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책을 만들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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