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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뉘 Aug 16. 2024

무해한 나의 사람들 엄마2

엄마 병이 악화될수록  언니의 전화는 나에게 두려움이다

어제저녁 언니에 급한 연락을 받고  응급실로 향하는 내내 마음이 너무 두렵고 떨렸다.

엄마가 간식을 먹는 도중 갑자기 의식이 떨어져서 119를 불러서 병원에 도착했다는 전갈을 받고 나도 정신없이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은 코로나 여피로 한 사람만의 보호자만 상주할 수 있어서 언니와 잠시 교대로 엄마를 볼 수 있었다

"엄마 엄마?"불러본다.

"괜찮아, 많이 놀랬지?" 엄마의 작은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신다.

순간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엄마 앞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어린아이처럼 눈물이 쏟아진다.

멈추려고 노력하는데도 의지대로 안된다. 억장이 무너져 가슴이 너무 아프다는 표현이 어떤 건지 잠시 뒤로 돌아 나를 추슬러본다. '이러면 안 된다 엄마 앞에서 이러면 안 된다 '

엄마는 잠에 또 빠지신다. 하루 중 눈 떠 있는 시간보다 잠에 빠져 있는 시간이 많아지신 엄마. 점점 짧은 대화조차 엄마와 나누기가 힘들어지는 시간들이다.

안 괜찮음을 알고 있다

통증을 참으시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병원에서는 앞으로 더 자주 아플 실 거라 하였다. 우리가 항암을 포기한 일이 잘못된 선택일까 봐 너무 두렵다. 파킨슨 치매, 요도와 방광에 다발성 암. 젊은 사람도 힘들다는 항암을 우리 가족들은 포기했다. 우리의 선택의 대가가 고통을 인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항암을 해야 하나, 젊은 사람도 항암을 받으면 힘들다던데 엄마가 버텨낼 힘이 있을까!

그렇다고 돌아가실 때까지 저렇게 아픈 신데 진통제로 살게 할 수도 없다.

병원에서도  실신한 이유를 찾기 위해 몇 가지 검사와 진통제만 줄 뿐 해줄 일이  없다고 한다.

응급실  의사 선생님 또한 엄마 차트를 보더니 해준 일이라곤 진통제뿐이라고 이거라도 맞고 가시라고 한다.

엄마는 또 잠이 드셨다.

그제야 언니가 보인다. 두 팔에는 파스를 두르고 집안에서 입던 추니 링에 슬리퍼, 헝클어진 머리, 언니도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 얼마나 무서웠고 놀랐을까! 언니를 가서 안아주자 그제야 언니도 울음을 터트린다. 며칠 전 언니의 카톡 메시지가 눈에  아른 거렸다.' 내 인생에 가장 가치 있는 삶은 지금이다'

말이 쉽지 하루 종일 엄마 곁에서 변기저귀를 갈아주고 음식을 해주고 엄마를 돌봐 주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친척분들은 다들 요양병원에 모시라고 했지만 언니는 하는 대까지는 언니가 모시고 싶다고 했다. 삶과 죽음에 경계에 서있는 엄마를 놓지 못하는 우리 가족들은 서로가 서로 한데 의지하고 안아줄 뿐이다

누군가 물었다. 왜 닉네임이 하루하루 천사인지

내가 하루하루 타인에게 따뜻함을 베풀면 혹시 이 세상에   어떠한 신이라도 엄마와의 시간을   늘려주지 않을까 해서 이런 이유로 닉네임이 하루하루 천사라고 말한 기억이 문득 든다. 엄마와의 시간을 바라는 우리가 이기적인 것은 아닌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기적인 시간 안에서도 우린 엄마를 볼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으로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내고 있다.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새벽 집에 돌아오셨다

언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슬픔 대신 희망을 보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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