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날 선 추위에 집 안으로 숨어 지냈다.
산책은 커녕 창문을 여는 일조차 망설여졌다.
행여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까 커튼을 단단히 치고, 따뜻함의 온도를 두 손으로 움켜쥔 채 겨울을 버텼다.
아이러니하게도 꽁꽁 닫아 둔 문틈으로
스며드는 한기는 막을 수 있었지만,
마음까지 함께 닫아 두는 것은 막지 못했다.
집 안은 따뜻했으나, 어딘가 냉랭했다.
닫힌 커튼 위로 햇살이 스며든다.
가만히 움츠려 있던 손을 뻗어 커튼을 젖힌다. 한 줌의 빛이면 족하리라 생각했던 내게 기다렸다는 듯 완연한 봄의 기운이 밀려든다. 서늘하던 공기가 이내 빛을 머금고 부드러워진다. 집 안 가득, 온기가 아닌 생기가 번진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마음이 먼저 들뜬다.
봄이 온다는 소식은 늘 이렇게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한다. 어느새 두 발은 러닝화를 신고 문밖으로 나선다.
얼마 만인가.
두 눈은 봄의 흔적을 찾느라 분주하다.
찾았다!
겨울을 다 건넌 가지 끝마다
동그란 봄이 매달려 있다.
숨바꼭질하듯,
보일 듯 말 듯.
그러나 찾는 이의 눈에는 분명히 보이는
작고 단단한 약속.
여기저기 봉인된 봄소식이 숨어 있다.
고된 추위를 견뎌 낸 존재들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참 애썼어."
앙상한 가지 끝에 맺힌 작은 눈 하나가
이토록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을 줄이야.
경외와 감사의 마음이 가득 내면을 채운다.
곧 화사한 기개를 펼치고, 고유한 갖가지 향을 품은 채 오색의 찬란함으로 세상을 물들일 봄.
설렘을 가득 안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게 하는 선물 같은 시간 봄이 온다.
내게도 봄이 있을까?
비바람에 추워 닫아 두었던 봄을 향해
한 발짝, 또 한 발짝 다가간다.
두렵지만 설렘을 품고 용기 있게
마음의 장막을 열어젖힌다.
찾았다!
영원히 겨울일 것 같던
메마른 삶의 가지 끝에도
단단한 봄의 약속이 숨어 있다.
내게도 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