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픈 날, 엄마의 사랑을 먹다.

by 세우는


허기가 지는 날이 있다. 잘 살아가다가도 마음속에 차디찬 바람이 스며와, 이유 없이 마음이 시린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따스한 온기를 품은 말 한마디가 간절해진다. 그 한마디면 마음속 냉기가 마법처럼 사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데... 쉽게 얻을 수 없는 그 온기로 인해 오늘도 마음엔 허기가 졌다. 텅 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눈을 감는다. 사랑의 온기를 찾아 기억 속으로 천천히 거슬러 올라간다.




병상 위에서 밤새 모든 것을 쏟아낸 엄마는 말 그대로 산송장 같았다. 쎅쎅거리며 힘겹게 숨을 내쉬는 엄마의 입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아침 식사가 들어오자, 엄마는 말 한마디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듯 식판을 향해 휘청이는 손을 들어 조용히 말했다.


“딸… 배고파. 어서 밥 먹어.”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이 땅에서의 마지막 아침, 나는 그제야 엄마의 사랑을 또렷하게 보았다. ‘일그러진 상처와 가난’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우리는 서로를 돌아볼 여유도, 다독일 마음도 잃고 버티며 살아왔다. 때로는 거칠게 서로를 할퀴던 순간도 많았다. 뒤돌아서면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마저 품을 여유가 없던 날들이었다.




엄마가 떠나고, 마음이 비고 허기가 질 때면 나는 여전히 엄마의 사랑을 꺼내 먹는다. 헛헛한 내면에, 외롭고 서글펐던 마음에 그 사랑의 온기가 조용히 스며든다. 엄마의 사랑이 빈 마음을 채우고 그 사랑이 다시 나에게 생명을 잇대어 준다. 그렇게 나는, 인생의 한 걸음을 다시 내딛을 마음의 근력과 용기를 얻는다.


평생 소멸하지 않을 사랑의 기억을 남기고 떠난 엄마. 자신의 죽음을 이미 감지했던 그날 아침, 딸의 한 끼를 먼저 걱정했던 엄마의 마음. 모든 것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았을 그 사랑을 나는 여전히 곱씹고 또 곱씹으며 허전한 속을 채워 넣는다. 이 땅에서 엄마의 호흡은 멈추었지만 엄마의 사랑은 여전히 떠나지 않고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 허기진 마음속에 남은 사랑은 오늘도 나를 살아가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빛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