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여사 Dec 18. 2021

샤루야 안녕!!

‘오빠! 샤루가 다리를 절어!’

딸은 제 남편에게 소리쳤다.

‘샤루가 다리를?’

‘오빠 샤루 발이 이상해. 봐 봐, 여기, 여기도, 여기도.’

‘어디 보자 …….’

사위는 고양이의 상태를 살폈다.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지금 몇 시지? 샤루 다니는 병원에 전화해 봐야겠다.’

딸은 제 남편이 휴대폰을 가지러 간 사이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

‘샤루야, 엄마가 요즘 바빠서 신경을 못 썼더니.’

-엄마는 무슨, 니가 낳았냐? -

나는 딸에게 눈을 흘겼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애저녁에 보내 버리라 했지?’

‘엄마! 엄만 이 상황에 그런 말이 나와?’

딸은 나를 노려보며 사납게 쏘아 붙였다.

‘바쁜데 걔네들까지 신경 써야 하니까 그렇지!’

나도 질세라 딸에게 쏘아 붙였다.

‘샤루 다니는 병원은 문 닫을 시간이라고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가라고 알려 주셨어.’

‘오빠, 가서 전화해.’

딸은 걱정 가득한 낯빛이 되었다.  

‘괜찮을 거야.’

사위는 샤루가 넣은 케이지를 들고 나가며 제 아내를 다독여 주었다.       


‘엄마, 샤루 왜 그래?’

나나가 물었다.

‘샤루 발이 아프대.’

‘왜?’

‘엄마가 바빠서 샤루 발톱을 안 깎아 줘서 그런 가 봐.’

‘난 발톱 깎아서 안 아픈데.’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가 잘못했네. 미안해.’  

‘아홉 시다. 빨리 애 씻기고 재울 생각해야지 왜 그러고 있니?’

나는 딸이 세상 걱정 다 끌어안은 모양새로 퍼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싫어 언성을 높였다.  

‘엄만 샤루가 걱정도 안 돼?’

‘병원에 갔으니 의사가 치료해 주겠지. 걱정한다고 병이 낫는 거 아니니까 빨리 할 일하고 쉬어라!’     

나는 화가 났다. 가뜩이나 여러 일정이 갑자기 겹치는 바람에 피곤에 절어있는 딸인데, 고양이까지 거기다 한 몫을 더하다니, 너무 싫었다.     


샤루는 길고양이였다.      


딸이 결혼을 하고 일 년 쯤 지났을 때였다.  

‘엄마, 우리 고양이 키워.’

‘고양이? 너 고양이 무서워하잖아.’

‘응.’

‘그런데?’

‘오빠가 데려왔어.’

‘네 신랑이?’

‘응. 처음 발견했을 때 방울 달린 목줄을 하고 있었대. 그래서 그냥 길고양이가 아닌 듯해서 주인 찾아 주려고 전단지까지 붙였는데도 연락이 오질 않았대. 사무실에서 돌봐주는 사이 정이 들어서, 그래서 데려왔대.’

‘… ….’

‘나도 처음엔 막 화내면서 싫다고 했어. 다른 데 보내라고. 보낼 데를 찾는 동안만 집에 두기로 약속 했었어.’

딸은 내 낯빛이 좋지 않자 내 눈치를 살폈다.

‘사실 엄마한테 말은 안했지만, 그 때 나 살짝 우울증이 왔었어. 근데 샤루가 내가 종일 침대에 널브러져 있으면 제 장난감을 물어다 주면서 곁에서 떠나질 않는 거야. 덕분에 모르는 사이에 우울증이 치료된 거야. 그러다보니 정도 들고 못 보내겠더라고.’

‘너희가 결정한 일이니 너희가 알아서 해라.’

‘샴 고양인데 얼마나 예쁘게 생긴지 몰라. 사진 보여줄게. 봐봐.’

‘싫다 싫어. 얘가 왜 이래? 안 본다니까.’

딸은 휴대폰 화면에 뜬 고양이 사진을 내 눈앞에 갖다 댔다. 나는 딸의 손을 밀치면서 강하게 거부했다.  

‘그런데, 오빠가 데려올 때 임신 한 줄 몰랐는데, 자꾸 배가 나와서 병원에 갔더니 임신 중이라고 하더라고.’

‘… ….’

‘지난번에 새끼 낳았는데, 늦잠 자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샤루가 피아노 밑에서 새끼를 낳고 있는 거야. 너무 놀라서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집에서 따뜻한 곳에 두면 된다고 하더라고. 근데 병원 가기 전에 먼저 한 마리 낳은 걸 몰라서, 가엾게도 걔는 죽고 네 마리는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      

기가 찼다. 고양이에 대한 상식이 일도 없으면서 덜컥 키우자고 했다니 사위나 딸이나 어찌 그리 철딱서니가 없는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보는 순간 반했어요. 엄청 예쁘더라고요. -

고양이를 집에 들인 사위의 이유 있는 변명이다. 고양이길 망정이지 사람이었으면 어쩔 뻔.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 뿐이 아니다. 사위는 직장, 딸은 석사과정 밟는 중이라 종일 집을 비우는 건 물론 제 입에 들어 갈 끼니도 제 손으로 못 챙기는 판에 고양이 다섯 마리를 키운다고? 참으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웃을 일이었다.        

-엄마, 고양이는 대소변도 자기가 알아서 가리고 밥도 자율 배식해서 그릇에 담아 두면 알아서 먹을 만큼씩만 먹어. -  

내 잔소리에 대한 딸의 답이다.      


하긴 요즘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게 유행이라면 유행인 시대이다 보니 딸네라고 키우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을 해야지, 너무 예뻐서, 가엾어서, 남들 키우니까 나도, 라는 생각으로 선뜻 키우기로 했다니 경솔하기 짝이 없다, 라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어쨌든 당시에 나는 딸네와 한 집에서 살고 있지 않았으니 고양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잊고 지냈다.      


-엄마, 샤루랑 아들 한 마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인 분양 했어. -

-엄마, 샤루랑 지코(샤루 아들)랑 중성화 수술 했어. -     

딸은 그런 나에게 한 번씩 고양이 소식을 들려주었다.          

대지가 눈을 거두고 꽃을 피워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석사과정을 끝내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딸이 임신 소식을 전했다.

-엄마, 내가 힘들어서 그러는데 나 애기 낳을 때까지 우리 집에 와 있어주라. 오빠도 적극 찬성이래. -

-… …. -

-고양이들은 신경 안 써도 돼. 오빠가 퇴근하면 똥도 치우고 밥도 물도 다 주니까. 털도 신경 안 써도 돼. 샵에 가서 한 번씩 밀어 오니까. 그리고 샴고양이는 단모여서 털이 심하게 날리지는 않아. 그리고 오빠가 매일 청소기도 돌려. -

딸은 혹시나 고양이 때문에 내가 거절할까 봐 걱정스러운 얼굴로 답을 기다렸다.

-대신 출산 전까진 고양이들 보내야 한다. -     

하지만 그 으름장은 나의 일방적인 으름장으로 끝나고 말았다. 딸은 내가 고양이들 어쩔 거냐고 물을 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곤 했다.      


병원에 갔던 사위가 돌아왔다.

‘오빠, 병원에서 뭐래?’

‘일단 엑스레이 찍어봤는데 폐나 심장은 이상 없고 발은 외상 같다면서 항생제하고 연고 줬어.’

‘다행이다 큰병 아니어서. 샤루야 미안해. 약 잘 먹고 연고 잘 바르고 해서 빨리 낫자.’

‘내 생각에는 놀다가 발톱이 세게 걸렸는데 억지로 빼다가 찢어진 거 같아.’

‘내가 발톱을 안 깎아줘서 그래. 미안해 샤루야.’

딸은 샤루를 품에 안고 얼굴을 부벼댔다.  

‘힝! 엄마랑 아빠랑 샤루만 좋아하고, 난 안 좋아하고.’

갑자기 손녀가 두 무릎을 세워 모으고 앉더니 두 팔로 꼭 껴안고는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딸과 사위와 나는 동시에 당황했다.

‘미안. 엄마랑 아빠는 나나 사랑해. 그런데 지금은 샤루가 많이 아파서 그런 거야. 이리 와, 나나도 같이 샤루 안아 주자.’

‘싫어!’     


나는 못내 서운해 하는 손녀를 데리고 침대방에 와 누웠다.

‘나나도 봤지? 샤루 발 아야 한 거. 그리고 다리도 절뚝거리는 거.’

‘응.’

‘샤루가 많이 아프대. 나나가 그랬잖아. 하미가 고양이들한테 소리 지르면 나나가 동물은 우리가 잘 보살펴 줘야한다고 말해줬잖아. 그러니까 우리 같이 샤루 잘 돌봐 주자.’

손녀는 끝내 대답을 하지 않고 잠이 들었다.     


‘앞으로는 샤루 치료나 약 먹이는 거 나나 잘 때 해라!’

나는 거의 한 시간에 걸쳐 샤루 발 치료와 약 먹이는데 정신을 쏟고 있는 딸과 사위에게 쏘아붙였다. 이어 일부러 들릴 만큼 크게 긴 한숨을 토해내고는 손녀 곁에 와서 누웠다.      


-동물 병원 검사비랑 약값이 장난 아니라고 하던데, …… 몰라몰라. 나한테 돈 달라는 것도 아닌데. -

-내가 그랬지? 일찌감치 고양이들 다른 데 보내라고. 앞으로 병원비도 병원비지만, 바쁜데 그 시간을 다 어쩔 거야? -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앞서 생각하느라 밤새 잠을 설쳤다.      


다음날 아침, 사위와 딸은 출근하고 손녀는 유치원에 갔고, 집에는 나 혼자만 남았다.     

집 안 일을 하다가 문득 샤루가 어디 있지? 라는 생각이 들어 찾았다. 샤루는 나와 손녀가 자는 방에 잔뜩 웅크린 채로 엎드려 있었다. 그것도 하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딸기 담요에. 지코는 그런 제 어미 품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전에 같았으면 당장에 –저리가! 이건 내 담요야! -라고 소리치며 뺐었겠지만 하지 못했다.      

‘샤루야, 많이 아프니? 약 잘 먹고 얼른 나아라. 네가 그러고 있으니 나까지 우울하다.’

나는 샤루의 등을 한 번 쓸어주기까지 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며칠 뒤, 사위는 샤루를 데리고 또 병원에 다녀왔다.

‘뭐래, 오빠?’

‘지난번에 본 의사는 없고 다른 의사가 다시 검사한다고 사진 찍고 항생제랑 연고 줬어.

‘또?’

‘이번 약 먹어보고 계속 안 나으면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가야겠어.’

‘우리 샤루 살 빠진 거 봐.’

‘일 킬로 빠졌더라고.’

‘일 킬로나?’     


다음 날부터 사위와 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샤루에게 츄르 먹이고, 약 먹이고, 발 치료까지 한 후에야 출근을 했다.       


갈수록 샤루의 상태는 나빠졌다. 종일 침대방에서 꼼짝없이 웅크리고 있다가 화장실에  때만 겨우 일어나 다리를 절며 다녀왔다.


주말이 되자, 사위는 원래 다니던 병원을 가 봐야겠다며 샤루를 데리고 나갔다. 딸은 일정이 있어 사위와 함께 가지 못했다.

‘샤루야, 미안. 아빠하고 병원 잘 다녀 와.’

-아빠는 무슨? -     

싫다. 정말 싫다. 짐승을 상대로 아빠니 엄마니, 할머니니 할아버지니 하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다. 어찌 사람이 짐승의 부모요 조부모란 말인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샤루 악성 종양이래.’

‘… ….’

‘발이 찢어진 게 아니고 악성 종양 때문에 뼈가 녹는 거래.’

딸은 울었다.

‘그 병원에서 소견서 써 주면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지금 가고 있대. 나도 지금 끝나서 샤루한테 갔다가 갈게.’

‘알겠어. 울지 말고.’     

-하필 왜 지금 아픈 거야? 독창회나 끝나고 아프던지. -

딸의 독창회가 보름 남았다. 나는 암에 걸린 샤루보다 딸이 걱정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갖는 독창회가 샤루 때문에 차질이 생기면 어쩌나 싶었다.           


저녁이 넘어서야 사위와 딸은 샤루와 함께 집에 왔다.

‘뭐라던?’

‘일단은 조직 검사 들어갔으니까, 며칠 뒤에 확실한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보시더니 악성 종양이 확실한 거 같다고 하시면서, 다른 데 전이가 안 되었어도 길면 사 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딸은 흑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울긴 왜 우니? 그럴 줄 모르고 키웠어?’

‘이런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우리랑 같이 지낸 게 팔 년이니까 샤루가 열 살은 넘은 거 같아요. 고양이 수명이 팔년에서 십 년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십 년이든 백년이든 건강하게 살다 가야 서로 좋지. 중요한 일 앞두고 이게 무슨 일이라니?’     

나는 아픈 고양이를 집에 두지 말고 입원 시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원비가 만만치 않다는 소리에 입을 닫았다.       


그리고 며칠 후,

‘샤루 악성 종양이 확실하대요. 폐에 전이가 되었고, 수술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이 종양은 고양이들의 유전병에 속한데요. 약도 진통제만 주셨고, 혹시 너무 아파하면 안락사도 가능하다고.’

‘빨리 알았으면.’

딸은 샤루 얘기만 나오면 울기부터 했다.

‘며칠 차이지 결국엔 마찬가지라고 하시더라구.’

‘어떡해, 우리 샤루 가엾어서.’

‘괜찮아.’

사위는 울고 있는 제 아내의 등을 쓸어주었다.          


샤루의 상태는 며칠 사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그런데 샤루는 아픈 후부터 나나와 내가 자는 방에서 떠나질 않았다. 딸과 사위가 출근 전에 샤루를 화장실이 있는 방에 데려다 놓아도, 어느새 나나와 내가 자는 방으로 와 있었다.        

‘샤루야, 어쩌다가 그런 몹쓸병에 걸렸니? 건강하게 지내다 가면 좋으련만. 힘든 줄은 알지만 나나에미 독창회 끝날 때까지만 견뎌 주면 고맙겠는데. 그래 줄 수 있겠니?’     


독창회 날이 가까워질수록 딸은 딸대로 나는 나대로 예민해졌다. 나는 잔뜩 웅크린 채 종일 꼼짝없이 있는 샤루를 보고 있자니,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텐데 싶은 마음에 심란하다보니 우울증까지 왔다.       

‘나 너무 힘들다. 샤루 갑자기 어떻게 될까봐. 외출했다 들어 올 때도 혹시 싶어 확인하게 되고, 나나하고 나만 있을 때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싶어 마음 졸이고, 내가 아주 머리가 아프다.’

나는 사위에게 하소연 했다.

‘제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너희야, 아침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니까 괜찮지만, 종일 지켜봐야 하는 나는 힘들다고.’

나는 사위에게 화를 냈다.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나는 사위에게 샤루를 데리고 다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데려왔으니 마지막도 네가 온전히 책임지라고 윽박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안 그래도 사위는 샤루 때문에 제 아내며 내 눈치를 보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주눅이 들어 있었다.       


결국 나는 탈이 나고 말았다. 갑자기 장염을 동반한 감기에 걸렸다. 딸은 혹 모르니 코로나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 싫었지만 딸의 독창회에 브레이크가 걸릴까 싶어 받았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어 나나도 감기에 걸렸다. 나와 함께 먹고 자고 하니 당연했다.       


그 날은 주일이었다.

딸은 찬양대 지휘자라 새벽같이 교회에 갔고, 나는 오전 열 시에 있는 나나 예배 시간을 맞추느라 준비가 한참이었다. 나와 나나의 침대에 샤루와 지코가 있었다. 지코는 힘없이 엎드려 있는 샤루의 몸을 구석구석 핥고 있었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코끝이 찡했다.  

-어쩌지? -

나는 잠시 주저했다.

전 날 샤루는 소변을 가리지 못했다. 만일 샤루가 이불에다 소변을 보았다가는 화를 참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결국 나는 샤루와 지코를 방 밖에 두고 방문을 닫은 후 교회를 갔다. 화를 내기 보다는 미리 방지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저녁이었다.

샤루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고개도 잘 못가누고 호흡도 가빴다.

나는 나나와 놀고 있는 사위를 불렀다.

‘샤루 병원에 데리고 가 봐라. 너무 힘들어 한다.’

사위도 그때서야 샤루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다.      


나는 독창회 연습을 끝내고 늦게야 집에 온 딸에게 샤루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한 후,   

‘네 신랑한테 전화해서 일단 입원 시키라고 해라.’

‘그럴게.’     

딸이 제 남편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사위가 샤루와 함께 돌아 왔다.

‘오빠, 병원에서 뭐래?’

‘안 좋다고 하지 뭐.’

사위는 말끝을 흐리며 제 방으로 갔다.


‘안 좋다고만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을 해봐라!’

나는 사위에게 소리쳤다.

‘실은 언제 쇼크 상태가 올지 모른다고.’

사위는 풀이 잔뜩 죽어 있었다.  

‘그런 애를 그냥 집으로 데려오면 어쩌니?’

‘나나엄마가 샤루를 못봐서.’

‘만약의 상황이 되면 쟤가 병원으로 가면 되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애를 생각도 없이 집으로 데려 오면 어쩌자는 거니? 생각해 봐라. 샤루가 나나하고 나만 있는 상황에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나가 그런 모습 보면, 나는 나나가 그런 모습 보는 거 싫다. 뭐 좋은 모습이라고 어린아이에게 그런 모습 보게 할 거냐? 어차피 끝까지 책임지기로 했으니 돈이 얼마가 들던지 간에 입원 시켜라!’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저는 독창회 끝나면 그때 가서.’

‘샤루 상태를 봐라. 내가 보기엔 오늘 밤 넘기기도 힘들 듯하다.’

‘알겠습니다. 선생님께 전화 드리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사위가 전화를 걸러 제 방으로 가자,

‘엄마, 오빠한테 너무 화내지 마. 오빠는 나랑 샤루랑 인사라도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데리고 온 거래.’

‘안다 알아. 아는데.’

나는 그만 입을 닫았다. 더했다가는 모두에게 상처만 남게 될 것 같았다.      


‘엄마, 선생님이 지금 데리고 오라셨대. 사실 샤루 지금까지 숨 쉬고 있는 것만 해도 기적이래. 샤루가 나를 기다렸나 봐.’

딸은 울음을 터뜨렸다.

‘샤루, … …오늘 보내 주기로 했어.’

딸은 기어이 흐느꼈다.       

‘엄마, 울어?

‘응. 나나, 샤루가 많이 아파서 하늘나라 간대. 나나 샤루한테 인사해 줘.’

딸 대신 내가 말했다.      



‘샤루야 안녕! 하늘나라 가서 아프지 말고 잘 지내.’

나나는 딸기 담요에 싸여 제 엄마 품에 안긴 샤루에게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그 의사에 그 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