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진다는 증거

30화.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살아가기

by 담윤



회복 이후

가장 먼저 내려놓은 건

기준이었다.


남들보다 빠른지,

느린지,

뒤처졌는지,

앞서 있는지.


이 질문들은

내 삶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다만 계속 흔들었다.



나는 한동안

속도를 능력으로 착각했다.


빨리 처리하고,

빨리 반응하고,

빨리 따라가야

정상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느려질 때마다

스스로를 의심했다.


또 떨어지는 건가?

다시 바닥으로 가는 건가?


하지만 회복을 지나오며

확실히 알게 됐다.


느림과 추락은 같은 게 아니다.



나에게 맞는 속도는

항상 가변적이었다.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고,

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하루의 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그 변화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늘

최대 속도를 기준으로

나를 운영하려 했다.


그건 오래 갈 수 없는 구조였다.



이제 나는

속도를 하나로 정하지 않는다.


오늘의 속도,

이번 주의 속도,

이 관계에서의 속도.


각각 다르게 설정한다.


이건 타협이 아니라

정확도에 가깝다.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산다는 건

게으르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쓸데없는 가속을 멈춘다는 뜻이다.


불필요한 비교,

불필요한 설명,

불필요한 확장.


이걸 멈추자

에너지가 남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빨라질 수 있을 때만

속도를 올린다.


그리고

느려져야 할 땐

망설이지 않는다.


이 선택을

합리화하지도,

변명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 상태에 맞는 운영이다.



이렇게 살기 시작하자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불안이 줄었다.


속도가 느려져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산다는 건

목표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


목표까지 가는

경로를 나에게 맞게 조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도착이 늦어도

중간에서 무너지지 않는다.



회복의 마지막 단계는

더 잘 사는 법이 아니라

덜 망가지는 법이었다.


그걸 알게 된 순간

속도는

더 이상 나를 위협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리듬을

내 삶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내 속도는

설명할 필요도,

증명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지금의 나에게

가장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