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몸으로 다시 세운, 나의 가장 완벽한 세계
내 몸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무너졌다.
둘째를 떠나보내고 쉴 틈도 없이
셋째를 품어낸 대가는 혹독했다.
회복되지 못한 자궁이 내려앉는
'자궁탈출증'.
아직 창창한 30대 초반에 받은 진단명.
의사는 안타까워하며 혀를 찼지만,
나는 덤덤했다.
이건 병이 아니라,
내가 치른 전쟁의 훈장이니까.
신과의 거래를 이행하기 위해,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아오기 위해
내 몸을 담보로 걸고 이겨낸
승리의 증거니까.
나는 그렇게
내 뼈와 살을 깎아 아이들을 얻었다.
그렇기에 나의 육아는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말한다.
"엄마가 너무 딱딱해."
"좀 더 살갑게 공감해 주면 안 돼?"
"애한테 너무 현실적인 거 아니야?"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대답한다.
나는 너희를
말랑말랑한 '감정'으로만 사랑하기엔,
너무 치열하게 너희를 지켜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내 아이들.
내 몸이 부서져라 다시 데려온 너희들이기에.
나는 너희가
이 험한 세상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꼴을 차마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눈물 닦아줄 시간에 지도를 그린다.
같이 울어줄 시간에 안경을 검색하고,
"괜찮아"라는 막연한 위로 대신
가장 정확한 병원 예약을 잡는다.
다정한 말은
순간의 기분을 좋게 할 뿐이지만,
정확한 판단은
너희의 '생존'을 지켜주니까.
내 안의 뜨거운 사랑이
단 한 방울도 낭비되지 않고,
가장 진하고 효율적인 농도로
너희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
내 자궁이 내려앉은 대가로
너희가 두 발로 단단히 대지를 딛고 서 있다면,
그거면 됐다.
나는 오늘도
식탁에 앉아 미지근한 커피를 마신다.
너무 뜨거워서 데이지 않게,
너무 차가워서 시리지 않게.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온도로.
이것이
상처 많은 내가
너희를 사랑하는 방식.
나는
다정한 말보다는 확실한 지도를,
눈물보다는 해결책을 건네는.
나는,
INTP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