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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May 09. 2023

친구에게 (다른 별에서)







   

  당신이 떠난 후 많은 날들이 흘렀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노을처럼 한참을 서성거렸다.'

저는 시를 외우며 당신을 힘들게 보내고 돌아오던 아팠던 날이 떠올랐지요

강원도 인재에 위치한 물가에 당신을 홀로 남기고 오던 날이 눈앞에 안개처럼 스쳐가더군요

바람처럼 흘러 나비처럼 날아 저세상에서 곱게 웃고 계신 당신이 참 많이 보고 싶어요

잊으라 하지만 잊기 어렵고 보고 싶지만 볼 수 없고 오직 흔적을 찾아 때로 방황합니다.

길을 거닐다 만나던 혼자 웃으며 중얼거리는 이가 정상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익숙해진 편견을 버리기로 합니다.

벗을 통해 들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60이 갓 넘어 그녀는 홀로 남게 되었답니다.

남편과 너무나 금실 좋은 부부였다지요. 2년 넘게 남편의 산소를 찾아가 함께 데려가 달라며 울며 괴로워하던 그녀였지요.

어느 날 친구 따라가게 된 강남 아닌 무도회장에서 초로의 남성을 알게 되었지요.

두 사람은 함께 산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찾아다니며 먹기도 하고 그녀의 집에 문제가 생기면 들어와 수리도 해주며 친구처럼 의지하며 살았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던 그녀는 퇴직금을 증권으로 날린 그 남자에게 옷도 사주고 용돈도 주며 그렇게 지냈답니다

5살 연상인 그녀는 그이로 웃음을 되찾았답니다

이미 장성하여 가정을 꾸린 자녀들은 어머니가 여느 할머니들처럼 가정을 지키며 손자를 돌보지 않음을 불평하며 수군거렸다지요제법 똑똑하고 좋은 직장을 가진 며느리는 대놓고 어머니께 반기를 들기도 하고요

어머닌 말했답니다.

'너희들이 내 외로움을 아느냐고요내 방에 형광등을 나가면 달려와 고쳐 준 일 몇 번이나 되느냐고 물었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녀는 그이의 부인을 만났더랍니다

나의 상상과는 달리 그 부인은 언니뻘 되는 남편의 여자 친구에게 말했답니다

의기소침하여 살아갈 희망을 놓은 것 같아 보이던 남편에게 웃음을 되찾게 해 주어 정말 고맙다며 그녀의 손을 꼭 꼭 잡아 주더랍니다

세상엔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지요.

우리가 함부로 판단할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친구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언젠가부터 힘 좋고 몸 좋던 이모가 체중이 급격히 줄더랍니다.

좋지 않은 병으로 판명된 후 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고 남자는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던 이모의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랍니다.

차마 문을 들어서지 못하겠더라고요

친지와 가족들의 눈총이 두려웠던 것이지요.

그이는 그날 장례식장을 다섯 바퀴 돌고 쓸쓸히 발길을 돌렸답니다


친구에게 전해진 곱게 봉한 봉투엔 그동안 이모가 보내준 용돈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액수의 조의금도 들어 있더랍니다. ' 다음 생에서는 함께 만나 부부가 되자'는 문자와 함께요.

다른 별에서 만나 함께 웃으며 사는 그이들을 생각하면 즐겁습니다

꼭 다시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지요

비켜간 운명의 사랑이 다시 마주칠 때 그들이 마주할 감격은 우릴 흥분시키고도 남음이 있지요. '그렇지 겁나게 좋았지.' 라고 말할 그들을 떠올리며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카톡을 보내왔네요.

'그러니 제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십시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십시오생각만 하지 말고 그냥 해버립시오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당신도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대 떠난 강가에서 더 이상 이방인처럼 오래 머무르지 않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희망을 찾아 떠나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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