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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Apr 24. 2024

아름다운 관계

 

동생이 태국여행을 떠났다. 장소와 상황을 개의치 않고 전화를 들고 나누던 대화가 잠시 뜸했다. 함께 갈걸? 그랬나 싶다가도 40도가 넘는다고 하면 나의 자리를 지킨 것이 현명했다며 피고 지는 꽃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치앙마이 산속의 <판비안 리조트 풀빌라> 주변 경관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탁 틔인 전망과 꽃을 배경으로 만나는 써니싸이드업과 커피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나의 다음 여행지로 마음먹으니 아쉬운 마음이 조금 가신다. 사실 이번 여행에 합류하지 않은 것은 동생부부와 조카 내외와 조카 손주가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들만 둘을 둔 동생에게 딸 같은 두 며느리가 생긴 것은 그야말로 행운인 듯싶다.  

늘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복된 가정을 곁에서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하루의 일과를 전해주고 어제는 남편이 귀가가 늦었다며 고부간에 조카를 두고 사랑의 험담을 나누는 것도 보기에 좋다.

헌데 오늘 책을 읽다 나는 감동이 올라와 잠시 울컥했다.

김슬기 작가의 `나로 향하는 길`이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다가 읽고 쓰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밝힌 젊은 엄마의 6번째 책이다. 한 달에 한 번 홀로 북 스테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후 열두 번째의 여행을 마치고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12개의 몸을 뉘일 수 있는 방과 서점을 그리고 카페를 만났다. 작가가 힘겹게 걸어가 닿은 곳을 나는 침대에 누워 커피향기를 맡고 숲 속을 산책했다. 춘천 청도 경주 양평 파주 평창 강화도 연천 제주 속초 완주. 그리고 서울의 서점과 카페라니~

각 회차의 여행마다 자신이 만난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나는

다섯 번째 여행인 양평의 <카페 옥이네>에서 잠시 멈추었다.

작가는 코로나에 걸려 계획된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남편에게 양보하기로 한다. 

혼자 떠나야 하는 여행이지만 남편은 옆집에 사는 그의 이웃과 동행을 한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담을 나누는 그들은 결국 한차를 타게 된 것이다.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묻는 여인의 한 마디.잠시. 아주 잠시

당황한 남편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 꼭 다녀오라는 아내의 당부 섞인 지지로 62살 엄마와 38살 아들의 하룻밤의 여행을 떠났다. 태어나 처음인 엄마와 아들 둘만의 여행.


용문산 관광단지 내에 있는 <카페옥이네>는 카페와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책방이며 단 한 팀만을 받는 북 스테이 숙박시설이란다.  

다양한 책과 용문산의 맑은 공기가 서린 책방.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옥이네>

음식도 경치도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함께 있는 존재의 무게감.

아들은 연속극을 놓칠 수 없는 어머니를 위해노트북으로 실시간 방송을 틀어주고

 어머니의 뒷모습을 찍어 아내에게 보냈다.

아내는 사진을 받곤 울컥하고 만다.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주목해 본 적이 없던 어머니의 뒷모습.

너무나 작고 가냘픈 모습은 이제 더 이상 그들이 의지하며 기댈 울창한 숲이 아니었던 것이다.

 딱 하루만 머물다 가는 그 자리는 특별했다.

 매일 먹는 아침이지만 어머니와 마주 앉아 먹는 양평의 아침인 컵라면은 특별했다.

어디 아침식사뿐이겠는가.

책방을 나서며 춘천으로 가고 싶다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방향을 틀은 아들은 삼악산 호수의 케이블카를 타고 크게 웃지 않고도 빛나는 어머니의 셀카도 함께 찍으며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드렸다.

고작 12일의 시간을 함께 보낸 후 어머니는 아들이 열어준 문으로 내리며 당부하고 강조하며 말씀하신다. “ 슬기에게 고맙다고 전해 줘. 내가 정말 고맙다고. 많이 많이. 꼭 전해줘.‘

그는 전했고 아내는 울먹였으며 나도 가슴이 뻐근했다.

서로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겠는가.

문득 정현종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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