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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Jul 11. 2024

맥도널드 사랑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이다. 높은 건물 위로 그 보다 더 높은 하늘이 얼굴을 내민.

그것도 회색이 아닌  파아란  조각하늘이다.

아무렴. 높은 것 위에 더 높은 것이 있고,

채워지지 않은 사이로 여백의 미가 보인다.

오늘 아침은 그런 날.

좋은 출발이다. 몸이 조금 가볍다.

마음은 더 할 수 없이 새털구름이다.

나는 오전 9시의 정형외과 입장 경쟁을 위해 40분 전에 도착하여 병원 앞 맥도널드에서 앉아 커피를 마주하고 있다.

1955년에 처음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이후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곳.맥도날드.

내가 맥도널드를 처음 만난 것은 1978년 2월 하와이에서다.

시차적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지내며

엄마의 둥근  밥상이 그리웠고, 내가 익숙한 환경과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가슴을 후비던 때였다.

쇠갈비와 돼지갈비도 구별 못 하면서  저녁을 준비하고 주일에 한 번 서는 마을 에서  짤막한 오이 대신 가늘고 긴  한국의 오이를 찾아 헤매곤 했다. 그 옛날 사진으로 배우자를 만나 정착하신 할머님들께서 김치가 드시고 싶어 망고로 김치를 담갔다는 말씀은 그들 처럼   또한 새로운 곳에서의 힘든 생활의 시작을 예견하는 듯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그 시절.

맥도널드를 만나 감자튀김(프렌치프라이)을 맛보았다.

 기름에  튀겨 나온 감자는 윤기가 흐르고

바삭하촉촉하고 짭조름한 것이 거꾸로 섰던 위장을 잡아주는 듯했다. 나의 일상 또한 윤기가 흐르고 촉촉한 생활을 기대했기 때문이었을까.

선데이 아이스크림과 함께 자주 먹곤했다.

그 후로 어느 곳을 가던지 큰 나라의 휴게소 근방엔 맥도널드 간판이 날 반겼다. 사막에도 있고 도시 번화가에도 시골에도 있는 우리의 이웃 같은 곳.

나는.  맥도널드를 반겨하며 먼저 달려가는 아이들을 뒤 따라가 시원한 음료나 커피로 때로는 세트메뉴로 쉼을 갖곤 했다. 그때는 모든 것이 풍성했다. 설탕도 케첩도 마요네즈도 그리고 냅킨도. 원하는 만큼 들고 가 탁자에 놓으면 것이 되었다.

아이들이 앞장서 달려가는 이유는 장난감을 받는 해피 밀  메뉴를 선택하기 위함이었고 

어른은  잠시 쉼을 갖는 시간으로 우리들의 테이블 중앙엔 늘 젊은 웃음과 커피와 햄버거가 놓여있었다.

문득

지금은 기억에만 만날 수 있는  분과 내게  스쳐간 수많은 맥도널드 중 그 어느 곳 보다 아름다운 곳에 있었던  곳이  떠오른다.

사람도 떠나고 창을 통해 건너편 옥수수밭이 바라다 보이던. 그 시절 그 맥도널드도 곁에 없지만,

고단했던 내가 쉽게 찾아가 지갑을 열 수 있었던 그곳이 참 고맙다.

요즘은 더 맛있는 햄버거 식당도 많아지고 낯 설은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을 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로 나 역시  예전만큼 자주 다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늘 난 마침 오랜만에 전화로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무조건 맥도널드에서 만나자며 전화를 끊었다. 하루에 5400만 명이 이용하는 수많은 고객 중 한 사람이 되기로 한다.

잠시 후 나는 예전처럼 빅 맥을 주문하며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과 따뜻한 프렌치프라이로 수다를 떨고. 빠르고 편한 점심식사를 할 것이다.


반갑다. 맥도널드야. 변치 않고. 기죽지 않고  세기의 , 세계의 meal을 만들어 내는 곳.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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