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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 사랑

by 김인영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이다. 높은 건물 위로 그 보다 더 높은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그것도 회색이 아닌 파아란 조각하늘이다.

아무렴. 높은 것 위에 더 높은 것이 있고,

채워지지 않은 사이로 여백의 미가 보인다.

오늘 아침은 그런 날.

좋은 출발이다. 몸이 조금 가볍다.

마음은 더 할 수 없이 새털구름이다.

나는 오전 9시의 정형외과 입장 경쟁을 위해 40분 전에 도착하여 병원 앞 맥도널드에서 앉아 커피를 마주하고 있다.

1955년에 처음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이후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곳.맥도날드.

내가 맥도널드를 처음 만난 것은 1978년 2월 하와이에서다.

시차적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지내며

엄마의 둥근 밥상이 그리웠고, 내가 익숙한 환경과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가슴을 후비던 때였다.

쇠갈비와 돼지갈비도 구별 못 하면서 저녁을 준비하고 일주일에 한 번 서는 마을 장에서 짤막한 오이 대신 가늘고 긴 한국의 오이를 찾아 헤매곤 했다. 그 옛날 사진으로 배우자를 만나 정착하신 할머님들께서 김치가 드시고 싶어 망고로 김치를 담갔다는 말씀은 그들 처럼 또한 새로운 곳에서의 힘든 생활의 시작을 예견하는 듯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그 시절.

맥도널드를 만나 감자튀김(프렌치프라이)을 맛보았다.

기름에 갓 튀겨 나온 감자는 윤기가 흐르고

바삭하며 촉촉하고 짭조름한 것이 거꾸로 섰던 위장을 잡아주는 듯했다. 나의 일상 또한 윤기가 흐르고 촉촉한 생활을 기대했기 때문이었을까.

선데이 아이스크림과 함께 자주 먹곤했다.

그 후로 어느 곳을 가던지 큰 나라의 휴게소 근방엔 맥도널드 간판이 날 반겼다. 사막에도 있고 도시 번화가에도 시골에도 있는 우리의 이웃 같은 곳.

나는. 맥도널드를 반겨하며 먼저 달려가는 아이들을 뒤 따라가 시원한 음료나 커피로 때로는 세트메뉴로 쉼을 갖곤 했다. 그때는 모든 것이 풍성했다. 설탕도 케첩도 마요네즈도 그리고 냅킨도. 원하는 만큼 들고 가 탁자에 놓으면 내 것이 되었다.

아이들이 앞장서 달려가는 이유는 장난감을 받는 해피 밀 메뉴를 선택하기 위함이었고

어른은 잠시 쉼을 갖는 시간으로 우리들의 테이블 중앙엔 늘 젊은 웃음과 커피와 햄버거가 놓여있었다.

문득

지금은 기억에만 만날 수 있는 분과 내게 스쳐간 수많은 맥도널드 중 그 어느 곳 보다 아름다운 곳에 있었던 곳이 떠오른다.

사람도 떠나고 창을 통해 건너편 옥수수밭이 바라다 보이던. 그 시절 그 맥도널드도 곁에 없지만,

고단했던 날 내가 쉽게 찾아가 지갑을 열 수 있었던 그곳이 참 고맙다.

요즘은 더 맛있는 햄버거 식당도 많아지고 낯 설은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을 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로 나 역시 예전만큼 자주 다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늘 난 마침 오랜만에 전화로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무조건 맥도널드에서 만나자며 전화를 끊었다. 하루에 5400만 명이 이용하는 수많은 고객 중 한 사람이 되기로 한다.

잠시 후 나는 예전처럼 빅 맥을 주문하며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과 따뜻한 프렌치프라이로 수다를 떨고. 빠르고 편한 점심식사를 할 것이다.


반갑다. 맥도널드야. 변치 않고. 기죽지 않고 세기의 , 세계의 meal을 만들어 내는 곳.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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