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예정된 해외여행을 취소하였다.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위약금을 안낸다고 하여 환불 신청한 후 벌써 3개월이 되었다.
예정되었던 샌프란시스코의 도착시간이 전화기에 뜨는 것을 보고 헨델의 '울게하소서'를 크게 틀었으나
창밖에 세차게 내리 치는 장마비로 나의 심장소리는 묻혀버렸다. 바람에 나무만 흐느끼는 듯 했다.
혹시나 하며 나름 열심히 치료를 받는다고 했지만
여전히 장거리여행은 금지다.
남처럼 쌓아 놓은 것은 없어도 여행가고 싶을 때 망설임없이 떠날 수 있으면 만족한다며 마음부자로 살았다.
헌데 마음도 물질도 하수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이 받혀줄 때 하고 싶은 많은 것중 일순위가 여행이라 생각한다.
왜 나는 여행을 원하는가?
우리는 왜 떠나는가?
여행이 담긴 어릴 적 기억이 있다.
아직 여름 바캉스가 낯선 단어일 때.
초등학생 시절 가족과 함께 하던
날들의 설렘과 기쁨을 가끔씩 떠올린다.
어머니는 바리바리 밑반찬을 준비하시며
짐을 줄이자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출발할 때는 배낭에 가득찬 짐으로 버거워하셨다.
늘 바다 가까운 곳에 민박을 잡으시고
호텔도 되도록 송림이 있는 곳으로 마련해주시던 부모님이 새삼 고맙고 그립다.
이맘 때 징마비가 억수로 쏟아 붓던 날 피서지에 도착한 일이 기억난다.
어린 우리는 환호하며 바다로 달려가 몸을 담그며 즐거워했다. 고무로 된 덩치 큰 튜브에 둘 셋이 매달려 바다에 떠 있고 파도타기도 했으니 지금 이라면 안전요원의 레이다에 걸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에서 최고의 기쁨을 느꼈다.내리는 비 속의 아우성은 자유로움이었다.
그것은 어린 날 추억의 사진첩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 ~~나의 강렬한 여행의 기억은 기쁨이었다.그리고 자유함.
여전히 초등학생이던 어느날 아버님께서 들고 오신
~김찬삼 님의 세계여행~전집의 사진과 내용은 큰 세상과 다른 삶을 엿보는 계기기 되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목을 늘린다며 겹겹이 쇠줄을 목에다 걸고
온 몸에 문신을 하고
혀를 길게 빼고 춤 추는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내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아프리카 미지의 땅은 호기심으로 가득 찬
궁금함그 자체였다.가보고 싶었다.
가고프고 보고픈 곳을 향한 마음은 여행의 이름으로 실행되곤 한다.
나는 길을 떠나며 힐링을 한다. 그리고 배움의 시간을 갖는다.
타지에서 만나는 이들을 통해 나를 비춰보기도하며 이해불가한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한없이 작은 나를 발견하며 겸손의 덕을 배운다.
상식을 뛰어넘는 조물주 아래서 자랑할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길 위에서 나의 숨소리는 안정적이며 생활 속에서 노래가 살아난다
여행의 이름으로 일상의 탈출을 시도하여
기쁨과 힐링과 배움으로 우리 삶의 진정한 워라밸을 꿈꾸는 이 새벽에 지치지 않고 여전히 매미가 운다.
맴맴 나도 떠나고 싶다고
맴맴 이제 곧 쉼의 시간이 온다고.
맴맴 나는 기다린다고.
인간의 존귀함은 '기다림과 희망'이라고 알렉산더 뒤마는 말했다.
나는 희망을 갖고 기다린다. 기다리며 희망한다.
곧 떠날 수 있는 여행을 향하여.
~짝을 위한 몸짓으로 혼신을 다해 노래하는 매미.
그리고 다시
기다림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