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응의 시노래 시놀이
헬렌 헌트 잭슨의 「New Year’s Morning」은 놀랄 만큼 산문적이다. 그러나 그 시 속에는 시간을 대하는 한 인간의 태도가 또렷하게 담겨 있다. 옛것에서 새것으로 가는 건 단지 하룻밤 사이이고,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일 역시 한숨 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시는 힘주지 않고 말한다. 새로운 것은 완전히 다른 무엇이 아니라 오래된 것이 끝내 제 자리에 도착한 모습이며, 그렇기 때문에 매일 떠오르는 해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는 새해를 특별한 날로 떠받들기보다, 매일의 아침을 새해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건네준다.
이 시를 쓴 헬렌 헌트 잭슨의 일생을 떠올리면, 이 담담한 낙관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녀는 19세기 미국에서 시인이자 소설가로, 동시에 사회운동가로 살았다. 인생의 후반부를 아메리카 원주민 인권 문제에 바쳤고, 그들이 겪는 부당함을 고발한 《불명예의 세기》를 자비로 인쇄해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낼 만큼 집요했다. 이후 소설 《라모나》를 통해 더 많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이야기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녀에게 글은 위로이기 이전에 행동이었고, 희망은 추상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내는 방식에 가까웠다.
헬렌 헌트 잭슨을 이야기할 때 에밀리 디킨슨을 빼놓을 수는 없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교류한 친구였고, 평생 편지를 주고받았다.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던 디킨슨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헬렌이었다. 섬세한 내면을 끝까지 파고들던 디킨슨과, 세계를 향해 말을 건네고 행동으로 옮기던 헬렌은 분명 다른 결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다름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독한 은둔 시인과 매일 외치고 행동하는 시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견디고, 또 믿었을 테니.
이 시를 내 나름의 노래로 옮길 때도 그녀의 태도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반복되는 문장은 주문처럼 하루를 다독이고, 새해라는 말을 특별한 날짜에서 떼어내 매일의 아침에 붙여 놓는 메모처럼 다루고 싶었다.
<New Year’s Morning>
Only a night from old to new!
Only a night, and so much wrought!
The Old Year's heart all weary grew,
But said: "The New Year rest has brought."
The Old Year's hopes its heart laid down,
As in a grave; but, trusting, said:
"The blossoms of the New Year's crown
Bloom from the ashes of the dead."
The Old Year's heart was full of greed;
With selfishness it longed and ached,
And cried: "I have not half I need.
My thirst is bitter and unslaked.
But to the New Year's generous hand
All gifts in plenty shall return;
True love it shall understand;
By all my failures it shall learn.
I have been reckless; it shall be
Quiet and calm and pure of life.
I was a slave; it shall go free,
And find sweet peace where I leave strife."
Only a night from old to new!
Never a night such changes brought.
The Old Year had its work to do;
No New Year miracles are wrought.
Always a night from old to new!
Night and the healing balm of sleep!
Each morn is New Year's morn come true,
Morn of a festival to keep.
All nights are sacred nights to make
Confession and resolve and prayer;
All days are sacred days to wake
New gladness in the sunny air.
Only a night from old to new;
Only a sleep from night to morn.
The new is but the old come true;
Each sunrise sees a new year born.
Helen Hunt Jackson “New Year’s Morning” (1892)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제란 시간은 오늘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오늘은 내일을 밀어 올린다. 절대 끊어지는 것은 없고, 다만 조용히 이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멜로디 위에 겹겹히, 그러나 분명히 쌓고 싶었다.
이 시를 떠올리며 노래를 짓고, 그에 걸맞는 동영상을 만들면서 맞이한 나의 오늘은 새해 첫날이었지만, 놀랄 만큼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속초 바닷가도 미시령 고개도 해를 보려는 사람들로 미어터졌다고 했다. 친구는 수종사에 오르려 했지만 차를 세워둘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북한강 근처에 차를 두고 물가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해는 어디에서나 뜨는데, 우리는 늘 조금 더 특별한 자리를 찾는다.
반면 우리 집의 아침 풍경은 어제와 같았다. 나는 아침을 늦게 먹었고, 여느 때처럼 수동으로 짧은 드라이브를 나갔다.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 들러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이야기했고, 그 친구는 새해 첫날에도 카페 문을 열어두었다. 늘 오던 육십대 부부도 오늘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았다. 새해 첫날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작년의 여느 날과 다를 게 없었다.
우리는 커피를 앞에 두고 왜 사람들에게 새해 첫 해맞이가 중요한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통창 너머로 겨울 햇살이 실내를 가득 채웠는데, 무섭도록 차가운 날씨와 달리 그 빛은 과하게도, 친절하게도 따뜻해 보였다. 올해의 계획을 말해 보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재미나게 지내자는 말이 전부였다. 나는 오늘도 어제처럼 오후를 보냈고, 어제처럼 저녁을 보냈다. 그리고 그 평범함이야말로 헬렌 헌트 잭슨의 시가 말하던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그림자와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쪼록 오늘 다시 맞이한 새해는 단 한 번의 해맞이에 있지 않고, 이렇게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가 다시 주어졌다는 사실 속에 조용히 겹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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