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흉내 내기
김유섭
20세기는 예술과 예술 기술이 혼재된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예술 무대에 등장한 예술기술자들이 예술가 행세를 했다.
예술과 예술 기술이 구별되지 않은 탓에 예술 무대를 그들이 장악해버렸다. 그래서 진정한 예술, 예술가들은 근근이 버티거나 무대 변두리로 밀려났다. 재미있는 것은, 예술기술자들은 허상과 망상에 불과한 예술학문과 예술권위와 예술이론으로 설레발을 쳤다. 즉 구라로 예술을 짓밟고 그 위에 예술 기술의 깃발을 꽂았다. 그런 이유로 예술과 예술 기술이 뒤섞여 한 세기를 흘러왔다.
이젠 21세기다. 예술과 예술 기술을 구별해서 예술은 예술로, 예술 기술은 예술 기술로 분리해야 한다. 예술이 예술 기술에 뒤섞여 죽어가기 때문이다.
예술은 무엇인가?
예술은 인간이 가진 첨단 소통방식이다. 인간과 인간의 궁극의 교류가 목적이다. 진실을 기반으로 한 메시지에 대한 공감과 감동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예술은 창작자가 진실을 기반으로 한 메시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독자나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각각의 방식이다. 예술은 미래를 가리킨다.
예술 기술은 무엇인가?
예술 흉내 내기에서 시작한,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에 기인한 동류의식 확인이다. 진실을 기반으로 한 메시지가 없다. 예술기술자의 착각과 몽상에 동참해주는 독자나 관객과 낄낄거리기이다. 예술기술자는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자신도 모른다. 관객이나 독자 역시 모른다.
다만 착각과 몽상과 공상과 환상만 오갈 뿐이다. 열심히 씹고 뱉는 껌, 예술 기술은 현재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