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떠나는 일본 미술관 여행

미리쓰는 일본 미술관 여행기 1

by ohjee

일본 일주 여행을 결심한 건 1년 전이다.

처음에는 큐슈애서 홋카이도까지 한 바퀴를 도는 큰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본을 40일만에 여행한다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혈기왕성한 20대 배낭 여행객 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정을 수정하기로 했다.

부산에서 가까운 큐슈는 굳이 갈 필요가 없어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렇게 1차 수정이 이루어졌다.


큐슈를 빼고 나니 일정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홋카이도는 이동 거리가 예상보다 훨씬 길었다. 그래서 다시 일정을 조정했다.

결국, 남쪽 큐슈와 북쪽 홋카이도를 제외하고 여행범위를 히로시마에서 도쿄까지로 좁혔다.

이번 여행의 핵심은 미술관 중심으로 계획을 짜는 것이다.

특히 도쿄에서는 미술관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10일 정도 머무르기로 했다.


일본은 철도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어 여행객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시간대와 노선이 정확하게 관리된 기차 덕분에 언제 어디로 가든지 정시에 도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에키벤을 기차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각 지역별로 세분화된 레일패스가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레일 패스를 적절히 활용하면 교통비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도시에 숙소를 정하고 짐 없이 다니는 편리함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길어지거나 소도시에서 숙박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는 고민이 되었다.

짐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여행한다면

유연하게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레일패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필요한 구간에서는 편도 기차를 적절히 이용하는 자유로운 여행을 계획하기로 했다.


일본의 철도 시스템과 레일패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계획은 몇 번이나 바뀌었다.

처음에는 한 번에 일본을 모두 돌아보겠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지만,

여행을 나누어 계획하기로 하면서 더 자유롭고 다양한 방법이 떠올랐다.

체력적으로도 긴 여행은 후반부로 갈수록 지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래서 2025년 봄에는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중심으로 시코쿠 지역과 주고쿠 지역을 여행하고,

가을에 오사카를 시작으로 도쿄까지 여행하기로 하였다.


이 여행은 단순히 일본을 일주하는 것이 아니다.

비온후 출판사 25주년을 기념하고, 남편의 60세 생일을 축하하는 뜻깊은 여행이기도 하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25년이라는 긴 시간을 동료로 걸어오면서,

우리는 미술과 문화에 대한 공통된 애정을 가진 애호가로서 많은 순간을 공유해왔다.

좋은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출판사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며 쌓아온 시간들은 우리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나 기념을 넘어, 그런 시간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앞으로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여정이다.

미술관을 둘러보고,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온 길과 다가올 길을 돌아볼 수 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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