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육아하기

(1) 육아는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자

by 코멧

필자는 약 한달된 신생아를 육아하고 있는 초보 육아엄마이다. 출산 전에 정말 많은 어머니들께서

"뱃 속에 있을 때가 좋은거야, 아기 태어나면 정말 힘들어져"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는 나름 이런 저런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어봤다고 자부했던 터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했다.


육아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나는 우울, 불안 증세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이 없다. 그래서 출산후 3일동안 모자동실을 한 후 바로 집으로 퇴원해야 했다. 퇴원후 병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 앞으로 이 작은 아기를 내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무서웠는 지 모른다. 그리고 집에서 하루 밤을 보낸 다음 날 나는 우울감에 휩싸여 쇼파에 앉아 대성통곡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공황증상까지 찾아왔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기였고, 나름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왔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 작은 아기를 육아하는 것은 힘들다고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이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하면 주어진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육아라이프를 헤쳐나갈 수 있을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단계는 육아는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행복하게 육아하기 첫단계, 육아는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자


학창시절 시험기간을 떠올려보자. 내가 수학시험을 쳤는데 30점이라는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서 너무 절망하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앞으로 설명할 두가지 상황 중에 어떤 상황이 더 우울할까?


첫번째 상황은 나만 빼고 같은 반 다른 친구들이 모두 9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은 상황이다. 나만 빼고 모두가 다 행복해 하고 있다.

두번째 상황은 같은 반 다른 친구들은 20점을 넘은 친구가 거의 없어서 수학시험 평균이 20점 이하인 상황이다. 30점을 받은 나를 모두들 부러워하고 있다.


당연히 첫번째 상황이 더욱 우울할 것이다. 나는 분명 수학시험이 어렵다고 느꼈고, 그 결과도 좋지 않았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시험이 쉬웠다고 말하며 행복해 하고 있다면 나만 바보인건가? 싶은 생각에 우울한 마음이 들 것이다.


육아는 두번째 상황에서 30점 짜리 수학시험 결과를 받은 것과 비슷하다.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육아 현실과 나의 부족한 모습 때문에 절망을 느꼈지만, 곧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비슷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육아 동지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육아는 원래 힘들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너무너무 힘든 일이다. 육아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모두 힘든 일이다.


육체적으로는 출산 후 회복되지 않은 몸을 가지고 밤에 잠을 못자며 24시간 아기를 케어한다는 것이 힘들 수 밖에 없다. 아기를 하루에 수십번 들었다 놨다 해야해서 손목은 시큰시큰 거리고, 하루종일 불편한 자세로 아기를 안고 수유하고 트림시키느라 목과 허리도 욱신거린다. 모유수유는 뭐가 이렇게 어려운지 정말로 이 가슴이 수유를 위해 창조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모유수유를 하는 것도 곤욕이지만 안하자니 마음이 더 어렵다. 정말 진퇴양난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당황스러운 것은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것이다. 멀쩡한 사람도 하루만 밤에 잠을 자지 못하면 다음날 하루종일 컨디션이 안좋은데, 출산 후 약해진 몸으로 밤에 잠도 잘 수 없으니 힘든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정신적으로는 하루 아침에 엄마가 되어 작고 여린 생명체를 24시간 케어해야 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너무 부담스럽다. 잠을 잘 때에도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면 벌떡 깨서 아기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긴장상태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또 아기는 다양한 이유로 자주 우는데, 처음 엄마가 됐을 땐 그 이유를 바로바로 알아차리기 힘들어 멘붕상태가 된다. 때로는 정말 이유없는 울음이 몇시간 지속되는데, 달래지지 않는 아기를 안으며 함께 울기도 한다. 밥도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고, 화장실도 내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없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면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도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사회적으로는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일 수록 출산 후 그 격차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사회에서는 동료들과 상호작용하며 나의 노력만큼 그 결과를 인정받고, 그에 맞는 급여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육아가 시작 된 후 "나"의 삶이 멈춰버린 기분이 든다. 소중한 생명체를 양육하고 있는 중요한 시간임을 머리 속으로는 알지만, 아직도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과 다른 친구들을 볼 때, 나만 외딴섬에 고립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깥세상은 이전과 똑같이 돌아가는데 나만 홀로 정체되어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또 육아휴직이 끝나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복귀할 때, 과연 내가 예전처럼 1인분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육아는 힘들다. 상상 이상으로 정말 많이 힘들다. 하지만 낙심할 필요가 없다. 모든 육아동지들이 그 어려움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또한 육아 선배님들도 다 그 길을 걸어가셨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길을 잘헤쳐가셨고, 자녀를 키우는 것은 값지고 보람된 일이라고 고백하신다. 우리도 같은 고백을 할 날이 곧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