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입원한 밤, 오래된 다짐이 떠올랐다.

by 서이림

결혼할 때 주례 선생님이 물으셨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이제는 부부가 되었으니 함께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라고.

나는 주저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때의 나는 무슨 마음으로 대답했을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상상도 못 한 채, 그저 이 사람이라면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 하나로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결혼 12년 동안 남편은 네 번 정도 입원을 했다.

첫 번째는 결혼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였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대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나는 집에서 하루 종일 울었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울고, 앞날이 캄캄해서 울고, ‘내가 왜 결혼을 했을까’ 하는 후회로도 울었다.


오래 울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앞으로 남편 건강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남편이 입원을 했다. 밤새 배가 아프다며 응급실에 갔고, 결국 입원을 권유받았다. 아이들도 있는데, 마음이 크게 요동쳤다.



12년 전처럼 무너지는 건 아니지만, 그때와는 다른 결의 두려움이 스며들었다.안타깝고, 미안하고, 겁이 난다. 아픈 몸으로도 내가 걱정할까 봐 말 한마디 아끼는 남편을 보며 나는 참 부족하고 못된 사람 같아 후회도 된다.


그날 밤, 남편이 없는 빈자리를 바라보며 혼자서 조용히 다짐을 했다.


“착하게 살게요.

욕심 내지 않을게요.

열심히 살게요.

제발, 남편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줄어들고 마음은 더 자주 흔들린다. 어쩐지 겁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답을 찾지 못한 채 허공에 기도하듯 중얼거리기만 하는 나를 보며 조금은 우스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반드시 나쁜 일만 이어지지는 않는다던데,

그렇다면 다음 좋은 일은 무엇일까?”


이번 일을 지나며 내게도 어떤 좋은 변화가 찾아올까.

조금 더 착해지는 사람일까, 남편을 더 애틋하게 바라볼 줄 아는 아내일까. 그게 무엇이든, 어떤 모양이든 분명 나에게도 좋은 일이 오겠지.




그래서 요즘 나는 자꾸 기록을 하게 된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도,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사실은 기록이라는 작은 행동으로 흔들리는 나를 붙잡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내가 나를 먼저 위로할 수 있을 때, 그제야 남편에게도 진심으로 따뜻하게 손을 내밀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이렇게 마음을 적어두고, 내일은 밝은 모습으로 남편을 보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