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

불안은 나를 움직인다.

by 서이림

불안이 찾아오면, 나는 일단 피하고 싶어진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눈부터 감아버린다.


하지만 눈을 감는다고 해서 그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내가 다시 바라보기 전까지 불안은 조용히 내 어깨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막막해지는 날이 있다. 막막함 뒤에는 늘 불안이 따라왔다. 그 무게는 하루의 절반을 지치게 만들 만큼 은근하고, 또 집요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었던 적이 있다. 정말…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비용을 대충 계산하는 순간

현실이라는 벽이 먼저 앞섰다.


생각보다 너무 큰돈.

너무 선명한 한계.


그 앞에서 나는 단번에 스스로에게 결론을 내려버렸다

‘아냐. 우리는 못 가.’

‘우리 형편엔 안 맞아.’


불안은 순식간에 커졌다. 돈 문제에서 시작해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왜 나는 늘 이렇게 선택해야 할까’

하는 엉킨 감정들까지 번져갔다.

그때 남편이 너무 쉽게 말했다.


“그냥 한 달에 10만 원만 모아봐.

돈만 모이면, 시간 되면 가는 거지.”


말은 쉬웠다. 너무 쉬워서, 순간 얄미웠다. 아마 나는

‘내가 더 벌어올게. 내가 보내줄게.’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말 한마디면 마음이 풀릴 것 같았는데. 그 말은 돌아오지 않았고, 현실을 바꿀 일은 결국 내가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살림에서 흘러나온 부스러기 같은 돈을 조심조심 모으기 시작했다.


많지도 않았고, 티도 나지 않았지만 손끝으로 겨우 잡아 모으는 그 작은 돈들이 어딘가 나를 지탱해 주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이 돈들이 내 삶을 조금이라도 밝게 만들어주기를 조용히 바라면서.


생각보다 1년은 빨리 지나갔다. 모였고, 쌓였고,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정말로 여행을 떠났다.


그때 알았다.

내가 불안을 이긴 게 아니라, 불안이 더 커지지 못하도록 그 ‘크기’를 줄여놓았다는 사실을.


불안은 늘 미래에서 온다. 그리고 미래는 언제나 모호하다. 모호할수록 불안은 커지고, 커질수록 나는 쉽게 무기력해졌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이제는 불안이 밀려올 때 도망가기 전에 잠깐 멈춘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왜 불안하지?

이 감정은 어디서 시작됐지?


그다음에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좋고, 무엇보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불안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지만 행동 단위로 바꾸면 충분히 작아진다.


한 달에 10만 원처럼 손안에 잡히는 크기로 쪼개면

불안은 더 이상 괴물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불안과 함께 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려는 작은 신호라는 것을.


그리고 그 움직임이 결국 나를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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