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 요
도시는 죽었다. �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그을린 건물들 사이로 식지 않은 연기와 먼지가 여전히 공기를 뒤덮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 구석, 무너진 진열대 아래에서 애착인형을 꺼냈다. �
한쪽 귀가 뜯어지고 솜이 불티불티 튀어나온 곰 인형이었지만, 이 도시에서 아직도 내 이름을 기억해 주는 건 이 녀석뿐이다. �“괜찮아. 오늘도 버텼어.” �
나는 인형을 꼭 끌어안고 속삭였다.
말이 끝나자, 인형의 단추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또 살아남았네, 너.’ �
분명 목소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분명히 들렸다. 내 머릿속 안쪽, 오래전부터 함께 썩어가던 기억 속에서. �“착각이야.”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손은 인형을 놓지 못했다.
도시가 죽은 날, 마지막으로 내 손을 잡아 주던 사람의 체온이 이 인형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다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
오늘도 사냥이 시작된다는 신호다.
나는 애착인형을 배낭 속 맨 위에 올려두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가자. 누가 없어졌는지 확인하러.” �
인형의 찢어진 입가에, 일그러진 미소가 떠오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