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NE의 고전수다

-헤르만 헤세 "삶을 견디는 기쁨"을 엄마의 눈으로 읽으면

by 비상하는 날개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는다고 하면 엄마들, 여성들의 반응은 바로 온다.

와, 제목 너무 맘에 든다~~라고.

왜 그런고 하니, '견디다'는 단어에 바로 꽂히는 것이다.

그런데, 견디는 과정이 '기쁨'이다. 얼마나 여성들이 원하는 인생인가.

여성들의 삶, 엄마들의 삶은 '견디다'는 단어와 함께 한다.

여성이면, 엄마이면 무슨 말인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취업문턱에서, 아니 50대만 되었더라도 태어나면서부터 오빠, 남동생에 양보하고 치인다.

(지금은 딸이 더 귀해진 시대이지만, 80년대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 출산, 육아, 전업맘으로, 직장맘으로, 늙어감, 몸의 변화에 대해서도

순간순간이 견디는 삶의 연속이다.

그런 삶을 살아온 여성들에게 '삶을 견디는 기쁨'이 주는 제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견디는 삶 속에서 기쁨을 볼 줄 알았다면 나의 육아가 좀 더 편했을까.

나의 결혼생활이 좀 더 순탄했을까.

사춘기 아이와의 갈등이 좀 더 작았을까.

나도 그런 마음에서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들, 엄마들과 고전으로 수다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삶으로 읽는 고전, 엄마들의 언어로 다시 말하는 고전.

누군가 그랬다.

세상이 망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여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성들의 모성은 매우 특별하여 법으로까지 지정해서 보호하지 않냐고 '모성보호법'말이다.

여성들은 여성들만의 공감대가 있다. 남성들의 언어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수다가 필요하고, 수다를 떨어야 한다. 수다면 충분하다.

그렇게 고전을 읽어보고자 한다.


책에 군데군데 헤세의 시가 있다. 오늘은 DONNE에게 이 시를 소개하고 싶다.

* DONNE는 이탈리아어로 여성들을 의미한다.


내게는

둘 다 같은 이야기


청년 시절에 나는

쾌락을 찾아다녔다.

갈증에 목말라하며

고통과 아픔을 잊기 위해.


아픔과 쾌락은 이제 내게

하나가 되어 스며들었다.

그것이 나를 편안하게 하든, 아프게 하든

둘 다 하나가 되어버렸다.


지옥의 비명으로 신이 나를 부르든

천국의 태양으로 나를 인도하든

내가 그의 손길을 느끼는 한

내게는 둘 다 같은 것이 되었다.


내 눈이 한 참 이 시에 머물렀다. 왜 그랬을까.


아픔과 쾌락(기쁨)이 하나가 되었다.

편안하게 하든, 아프게 하든 둘 다가 하나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아픔과 기쁨이 하나가 될 수 있지?

고통은 너무 싫고 기쁨은 언제나 좋은 것이고 둘은 너무나 다른 차원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엄밀히 말하면 고통은 멀리하고 싶고 기쁨은 늘 가까이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둘이 하나라니?

헤세 같은 대 문학가여서 가능한 것인가.

몇 번을 반복해 읽다 보니, 여성의 삶으로, 엄마의 삶으로 투영해 보니 서서히 이해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순간을 돌아보면 참으로 힘들었는데 정말로 행복했다.

기쁨은 컸지만 피로는 누적됐다.

지금 나는 아이와 너무 행복한데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을 늘 했다.

아픔과 쾌락이 이제 내게 하나가 되어 스며들었다~ 이게 바로 그런 순간인가?

아이 키우는 것에 힘들다, 힘들다 했던 내가 비정상이 아니었구나.

내 삶이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어떤 날은 아이 울음이 지옥 같았고,

어떤 날은 아이 웃음이 천국 같았다.


지옥의 비명이든, 천국의 태양이든 내게는 둘 다 같은 것이 되었다는 헤세의 말이

이해가 됐다.


행복한데 힘들고,

힘든데 또 괜찮은 날들.


헤세는 말한다.

그것들이 이제 하나가 되었다고.

편안하게 하든, 아프게 하든 이미 분리할 수가 없다고


육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사춘기와 갱년기가 싸우고 있다.

물론, 다양한 사회적 관계안에서

각양각색의 전쟁을 겪고

그 안에서 기쁨도 맛본다


나는 아직도 기쁨과 고통을 구분하려 애쓴다.

하지만, 이 시를 읽고 나서는 조금 덜 조급해졌다.

오늘은 그냥, 둘 다 내 삶이라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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