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맞이하는 종말

by 코울필드


연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종말을 맞이한다.


누구나 새해가 다가오면 한 해를 돌이켜보며 오답 노트를 적는다.

어떤 일이 유난히 나를 힘들게 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실수와 성과가 있었는지 채점하기 바쁘다.


그러고선 신년 계획을 열심히 써 내려간다.

문제는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당신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생을 계획해왔다.


어머니로부터 젖을 떼고 두 발로 걷기 시작했을 때

당신을 보며 미소를 띠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

고개를 젖혀 한눈에 담기지 않는 하늘을 바라봤을 때

설령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더라도 당신의 몸은 그 순간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당신의 거창했던 계획은 모두 산산조각 난다.

그때부터 세계의 종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랑의 종말, 평화의 종말로 시작해서 한 인간의 종말까지 도달한다.


이제 당신은 종소리가 구원의 신호가 아닌 구원받지못한 자들의 울부짖는 소리임을 안다.

이별은 또 다른 이별을 위한 준비 과정임을 안다.

당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이해될 수 없는 존재임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썩은 잎을 잘라내며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를 기대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하려 한다.


모두가 곧 다가올 종말에 대해선 침묵한 채로

새로운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의 종말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