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제가 추운 겨울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나름 따뜻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머니가 없어서 가끔 손이 시릴 때가 있지만
빨간 냄비에 손을 넣으면 금방 온기를 느낄 수 있어요.
아직까지도 귀여운 양말이 보이면 손이 가는 습관이 남아 있지만
한편으론 그대에게 고맙기도 합니다.
덕분에 제 발가락들은 꽤 귀여워졌거든요.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이 외로울거라 생각하겠지만
괜찮습니다.
역사 속 사람들의 귀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거든요.
설령 술집에서 '인간 실격'을 읽는 자와 마주치더라도 이상한 눈빛을 보내지 마세요.
그는 어쩌면 그대보다도 인간 자격을 갖췄을지도 모릅니다.
윤슬을 그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라고 단정 짓지 마세요.
누군가는 종종 갈증을 느낄 때 윤슬을 먹기도 한답니다.
낙엽이 떨어진 모습을 보고 함부로 동정하지 말아 주세요.
그는 제 할 일을 다 한 것일 뿐이니까요.
밤새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냐고요?
전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제 핸드폰에선 2천 곡이 넘는 이야기가 재생되고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지나친 걱정들은 그냥 지나쳐주세요.
이미 수십 년 전에도 저는 당신 없이도 혼자서 잘 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