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어느날 신문을 읽다가 제목에 꽂혀서 우리 독서모임에 내가 추천한 책이다. ‘내면소통’이나 ‘사피엔스’ 같은 벽돌책도 읽었으니 좀 가벼운 책 읽자고 했더랬다.
그리고 최근에 필사책을 선물 받았다. 반은 선물이고 반은 숙제였다. 필사의 유익에 대해 많이 들었지만 해 본 적은 별로 없다. 대학 졸업 후 손글씨 자체를 써본 일이 정말 드문데 어찌저찌 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필사 숙제를 하다보니 과거의 어떤 감각이 살아나는 듯 했다. 어릴 때부터 줄곧 나는 글을 쓰고 있었지. 일기장에, 펜팔장에, 다음카페에, 싸이월드에, 메모장에, 블로그에, 인스타그램에… 거침없이 쓰지만 꺼내 놓는데 까지는 많이 주저했고 끝내 꺼내 놓지 못한 글들이 많다. 써놓고 읽고 또 읽으며 머리를 쓰다듬듯 다듬을 뿐. 남편은 니가 쓴 글을 왜 그렇게 계속 읽냐고 묻곤 했다.
요즘은 참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게시’한다. 책을 낸다.
이 책에는 글을 쓰고 싶지만 현생에 치여 쓰지 못하는 시인의 밤에 대해 쓰여있다. 어린 아이를 자기 손으로 키워본 사람만이 아는, 지긋지긋한 일상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시점의 나와 너무 비슷해서, 안쓰럽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위한 어떤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아주 깊은 안도감이 들었다. 대단한 무언가를 이룬 게 아니어도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했다는 것, 그걸로 충분했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주인공과 나의 필사의 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