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들

by 서담

해는 뜬다. 그것도 매일.

그래서 나는 해가 뜨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어느새, 그냥 떠 있다.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던 날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세어보니 딱 두 번이다.



정동진에서 얼어붙은 일출


스무 살이 되던 해, 친구와 함께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향했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보겠다고.

멋 모르고 멋 부리고 떠난 여행은 거의 생존게임이었다.

너무 추웠다.

제발 해가 빨리 떠서 이 고통이 끝나길 바랐다.


그날의 소회를 내가 싸이월드에 썼다고 하는데,

친구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글을 보면 웃기다고 한다.

나는 정작, 내가 그때 무슨 글을 썼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와이에서 목숨 건 일출


또 한 번은 신혼여행지, 하와이였다.

남편과 나는 2~3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

일출을 보겠다며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랐다.


남편은 운전하다 깜빡 졸기까지 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오빠 정신 차려! 눈 떠!”

내가 얼마나 소리치며 그 산을 올랐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멀미는 나고, 토할 것 같고,

살아서 올라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었다.

그날의 해는… 떠도 그만, 안 떠도 그만이었다.



해가 뜬다는 것


매일 뜨는 해.

그날의 해는 뭐가 그리 특별했던 걸까. 지금도 모르겠다.


요즘 나는 새벽에 일어나 모닝루틴을 지키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어슴푸레 주변이 밝아진다.

해가 뜨는 모습을 진득하게 바라보진 않지만,

밝아진 주변을 보며 해가 떴구나, 알게 된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들이 있다.

해처럼, 하루처럼.

그리고 그 밝음 안에서 나는 오늘도 나의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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