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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Sep 03. 2024

두 손 모아 기도하면 될까요?

삼재 -1편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혼자만의 힘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신을 찾아 간절한 기도를 드리게 된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내가 믿고 싶은 신,

내가 의지하고픈 신이라면 붙잡고 목놓아 기도를 올리게 된다.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연일 폐업한다는 소식

아파트 하락장에 영끌한 사람들이 곡소리 낸다는 소식등

많은 뉴스를 접하면서도 내 일 아닌 듯 흘려듣는 게 일상이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부모님은 절에 다니는 불자들이시지만 집 앞에 큰 교회가 있었던 나는

어린 시절 놀기 삼아  교회에 나가곤 했다.

크리스마스 날 초코파이 얻어먹으러,

생일날 선물 받을 욕심에, 그것도 매주

기분 좋은 선물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는 동안

찬송도 배우고 목사님의 따듯한 목소리에

뭔지도 모르고 배운 어린 내가 느낀 아픔을 위로받기도 했다.

그 시간이 즐거웠고 기뻤고 마음이 편해지는 시간들이었다.

목사님을 따라 하던 어설프게 배운 기도는 어느새 내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아갔다.


어린 마음에 싹트던  종교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노는 것 이상의 의미로 여기지 않으셨기에 부모님은 교회 가는 걸 불편해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매주 일요일 아침은 으레 예배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학교 생활이 바빠 자연스레 예배 참석이 줄었지만

고사리 손 모아 기도하던 것, 선물 받은 성경책으로

나는 하나님을 믿는 신실한 신자가 되어

힘든 일이 생기거나

버거운 일로 불안해질 때면

두 손 모아 하나님을 찾으며 매일 밤 기도하는 습관을 성인이 될 때까지 해왔다.


전능하신 분이시라

내 기도를 잘 들어주시고

어려운 일 앞에 선 항상 내편이 돼 주시는 분..


내 믿음은 여기까지였나 보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서 불심이 깊은 시모님과

한 집안에 종교가 두 개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룰로,

난산이었던 첫째의 무탈을 기원하면서

자연스레 내 옆엔 불상과 불경과 염주가 항상 함께 했다.



살아오는 동안 신앞에서 무너질 시련을 겪어보지 않았던 나였기에

그만큼 절실한 믿음이 없어서였을까.

아무런 저항 없이 난 마음속에서 찾는 신을 바꾸고

기도의 방향을 틀었다.



접하기 쉽지만 알기 어렵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으니 어렵기만 한 종교.


그래도 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매일 기도하고 기도하고 기도하고......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기도하고 착하게 살면 인생 뭐 별거 있나 싶은 안일한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왔다.


새해가 되면 절에 다녀오신 시모님은 삼재부적이나 재수 부적들을 전해주시곤 하셨다.

노란 종이에 그려진 뜻 모를 빨간 글씨들.

작게 접힌 종이를 건네주시며 지갑에 잘 넣고 다니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몸에 지니며 나쁜 기운을 몰아내 주길 염원하기도 했다.


민속신앙과  더불어 커온 불교라는 종교의 특성상 미신적인 요소가  많이 존재한다.

맹신은 금물이지만 방비하고 삼가는 자세는 필요한 일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살고 있는 편이었다.


딸에게서 연락이 온 게 지난 주였다.

``엄마, 문제가 생겼어.``

``뭔데? 왜 그래?``


``오늘이 계약 만기라 전화를 했는데, 주인이 전화를 안 받아.

입주민 모임에서 연락이 왔는데 계약금을 못 돌려준대.

오피스텔을 세 명이 공동 투자했는데 계좌명의도 빌려준 거래. 어떡해.`

뒤통수를 둔기로 맞은 듯 멍해졌지만

내 의식은 2년 전 그때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명료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

사기꾼 같은*. 갑부는 무슨 놈의 갑부. 사기꾼 **``


욕이 절로 나왔다.




월세로만 지내다 낮은 금리로 대출 지원해 주는 전세물건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던 2022년 전셋집을 찾다  알게 된 신축 오피스텔이었다.

주의에 주의를 당부하는 , 역전세 사기 주의보에 대한 기사가 연일 쏟아지던 시기였다.

마음에 드는 오피스텔을 찾았고  입주하고 싶지만  연일 보도되는 우려는 내게도 두려운 사실이었다.



해외살이를 오래 한 터라 부동산은  관심밖의 일이었는데

대학 진학 후 아이들의 숙소를 알아보면서  부동산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점 등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하기`,`전세권 설정`이라도 하라. 등등



어렵게 얻은 정보를 부동산에 요구하면 이래서 안 되고 , 저래서 안되고

그럼에도 딸은 그 집을 원하고...


몇 차례 부동산과 연락을 취하면서

일말의 불안은 있었지만

최후의 보루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일부 지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모님, 뭘 걱정하세요..

주인분은 100억대 자산가예요.

재산이 엄청 많은 분이고

소액은 우선변제권도 있으니 걱정 마세요.``


얼마간의 손해는 있더라도 어느 정도 보전이 된다고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래, 예민한 네가 원한다면 할 수 없지 뭐,



모르면 용감하다고 덜컥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매달 착실하게 월세도 밀리지 않게 잘 보내주었다..

나는 신의를 지켰다고.. 이 **같은 주인ㄴ아!!!!  


계좌에서 나가는 월세와

카카오 뱅크 청년전월세 대출이자를 성실하게 납부해 왔다.


저금리의 청년특례대출이었다지만

금리인상시기였던 2022년 이후 쭉 금리는 3%대를 훌쩍 넘고 있었다.


계약관계이니,

학교가 마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으니......


처음의 우려와 달리 별 잡음 없이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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