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성격이라 그래요

예민함에 대한 시선

by 토끼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늘 주변을 살핀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말투나 표정은 어땠는지

분위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금방 알아차린다.


그런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게 나에겐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내가 느끼는 게 많아서일까

머릿속은 늘 복잡하다.


지나간 말 한마디를 곱씹고

괜히 혼자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내가 민감하게 반응한 건 아닌지

혹시 불편하게 만든 건 아닌지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도

쉽게 넘기지 못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걸 잘 모른다.

그냥 듣고 흘리고 잊는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별로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들을 부럽다고 느낄 때가 있다.


저 사람처럼 둔감하면 조금은 편할까

쉽게 잠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예민해서 말조심을 하고 눈치를 본다.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괜히 농담도 다시 되짚는다.


좀 더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 한다.


그런데 그런 나를 보고 어떤 이들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 말이 나를 한 번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


반면, 말을 거칠게 해도

“성격이 쿨하네”라고 하고

신경을 덜 쓰는 사람은

“마음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나는 과하게 민감한 사람처럼 보이고

그들은 여유로운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같은 자극에 다른 반응을 보였을 뿐인데

그 결과는 이렇게 갈린다.


그 차이가 솔직히 억울하다.


예민하다는 건,

감정의 여백이 크다는 뜻이고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인데

그게 좋은 게 아니라

문제처럼 여겨질 때가 많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더 조심해야 하고

내가 더 참아야 하고

결국 내가 더 피곤해진다.


하지만 나는 내가 예민한 덕분에

놓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사람의 기분

말과 말 사이의 거리

작은 변화들


그런 것들 속에서 진심을 알아채거나

상처를 미리 막을 수 있다.


누군가는 ‘그 정도까지 생각할 필요 있어?’

라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내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물론 때로는 지치기도 한다.

너무 많이 느끼고 너무 많이 생각하는 탓에

혼자만 감정의 무게를 짊어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잠시 멈추고 나 자신을 돌아본다.


예민한 건 단점이 아니라 특성이라는 걸

스스로 다시 확인한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그 덕분에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고민하고

더 깊이 연결된다.


조금 더 복잡하지만, 조금 더 진심이다.

나는 그렇게 살아간다.

나다운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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