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아이큐에 대한 집착이 부쩍 늘어났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아이큐를 논하며 들먹이기도 했고 자신은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며 자랑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는 아이큐에 대해 큰 흥미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어디서 테스트를 보는 건지 경로를 알 수 없었으며 학교에서 아이큐 테스트를 보는 일이 있어도 그 결과는 영원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도 시험문제와 비교했을 때 참 가관이다. 수학시험과 비교했을 때 아이큐 테스트 문제는 단순한 도형놀이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다가 최근에 아이큐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특히 나의 아이큐 수치가 궁금했다.(어쩌면 조던 피터슨의 아이큐와 직업에 관한 강연 영상을 본 것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아이큐 테스트를 검색하여 나오는 것들을 이것저것 해보았다. 그렇게 해서 처음 받은 아이큐 수치가 135였다. 이를 보고는 상업적으로 악용하기 위해 원래 측정되어야 할 아이큐 수치에서 조금 플러스를 하여 보여준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었다. 물론 그렇게 높은 수치로 나온다면 기쁘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나올 이유가 내 경험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른 아이큐 테스트를 해보니 120이 나오거나 127 정도가 나오는 등 뒤죽박죽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120 이하로 내려간 결과는 없었다.
확인을 위해 이런 저런 검사들을 실시해봤다. 서로 간에 문제도 비슷했고 몇몇은 예전에 여러 번 테스트를 했었지만 수치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왼쪽의 135 녀석이 나를 의심케 한 검사이다. 유독 저 검사만 높게 나온다. (애초에 예나 지금이나 검사답변을 다르게 할 일도 없으니 지수도 전에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아이큐에 대해 둘러보다가 '멘사'라는 단체를 알게 됐는데 어렴풋이 굴러다니던 단어라 난 이것을 구글처럼 유능한 CEO가 운영하는 유능한 직원들이 모인 회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아이큐 130 이상이 모인 집단일 뿐이었다. 가입하는 법도 그냥 시험 쳐서 아이큐 결과가 130 이상이 나오면 되는 것이었다. 허나 지금은 코로나 때문인지 운영을 하고 있지 않고, 더군다나 나도 군복무 중이라 마음대로 가입 시험을 신청할 수도 없다.위의 결과를 보면 내가 가입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내가 유별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한 명분과 권위가 필요하다.
내가 최근 들어 이런 아이큐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나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합리화와 납득을 위해서이다. 이는 마치 두 사람이 서로 계약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이 합당하다니 뭐니 운운할 때 내가 끼어들어 법에 대해 주절주절하면 당신은 뭔데 끼어드나라는 말에 '변호사'라는 글자가 새겨진 명함을 건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증명서나 자격증 같은 문서는 나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문서 자체가 힘을 가질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난 1종 보통 면허증을 가지고 있지만 면허를 따고는 거의 3년가량 운전한 경험이 없어 난 운전을 잘하지 못한다. 난 그 외의 자격증이 없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 예전에 공부하여 자격증은 땄지만 정작 지금은 다 까먹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런 사실에 무색하게 회사들은 그런 서류상의 실적만 보고 사람을 채용할지 결정한다. 회사가 중요시하는 것은 내용물보다 잘 치장된 포장인 것 같다.
아무튼 이러한 자격증 같은 증명서의 존재나 자신이 어느 소속인지에 대한 사실은 그의 실질적인 능력을 떠나 힘과 권력을 발휘한다. 내가 빈 머리로 단순히 뒷돈을 주고 서울대에 재학하게 되어도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은 그를 서울대생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물론 이 경우는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금세 들통이 나게 마련이겠지만.)
난 내가 고지능자라는 증명서가 있다면 나름 내가 할 일에 더욱 자율성과 주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내가 남들이 즐기는 유행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 이유, 사교에 어울리지 않는 이유, 혼자 있기를 자처하는 이유, 남들의 경우 상황의 흐름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발동하는 감정에 나는 동조하지 않는 이유 등을 단순히 이 증명서를 통해 납득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증명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해 남들에게 질책과 환멸을 느끼게 만드는 건 같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내가 일말의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내가 인간관계를 원활히 수행하지 못하고 늘 사색이나 공상을 즐기거나 유행을 타지 않고 비주류적인 것에나 흥미를 느끼는 것에 더 이상 자책과 자괴를 하지 않고 납득을 할 수 있을 것이다.근데 내가 보기엔 난 고지능자나 일반인 둘 중 어느 한 곳에도 완벽히 해당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존재로만 보인다는 것이 지금의 나의 문제다.
난 솔직히 아이큐든 MBTI든 그것에 너무 지나칠 정도로 운운하는 것은 그다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100의 아이큐를 가진 사람과 150의 아이큐를 가진 사람, 혹은 INTP와 ESFJ는 서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이러한 것들에 신경을 기울이는 이유는 필시 인간관계나 서로 간의 의견 격차, 성향 차이(내가 상대하는 건 대체로 '일반적인 것'들이다.)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대처하기 위한 방어기제를 형성하기 위함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반적인 집단들은 다른 비일반적인 집단, 혹은 개인도 자신의 집단으로 흡수하려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에 흡수되지 못하거나 자의적으로 그러지 않은 개인은 그들에게 배척당한다. 이 현상은 너무나 암묵적이고 무의식적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같다. 단순한 나의 착각이나 피해망상일 가능성이 더 높다.이처럼 어느 한쪽으로의 확실한 결론이 세워지지 않는 것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충분하다. 이것이 물감의 양의 차이인지(정보량) 혹은 색깔의 차이(사상, 신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