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불의 이야기

카야의 탄생_여섯 시간의 시작

by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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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 깊은 곳. 골수.

어둠 속에서 조혈모세포가 마지막 분열을 끝냈습니다. 수십억 년 동안 반복된 의식. 하나가 둘이 되고, 둘 중 하나는 어미로 남고, 다른 하나는 전사가 됩니다.


갓 태어난 세포가 눈을 떴습니다.

"너는 카야다."

목소리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골수의 기질세포인지, 사이토카인의 속삭임인지, 아니면 삼십억 년 된 유전자의 기억인지.


"저는... 누구의 카야입니까?"

"모두의 카야이자, 오직 너만의 카야다."


카야는 자신의 몸을 살폈습니다. 세포질 가득 과립이 차 있었습니다. 세균을 죽이는 독성 물질이 담긴 작은 주머니들. 핵은 말편자처럼 구부러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무기입니까?"

"그렇다. 그리고 네 시간이기도 하다."

"시간이요?"

"너는 이제부터 여섯 시간을 산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시계가 째깍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모래시계.


합창


혈관 너머에서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우리는 카야

피의 강을 타는 전사

여섯 시간의 불꽃

영원히 이어지는 파도


어제의 카야가 오늘을 지키고

오늘의 카야가 내일을 연다

하나가 쓰러지면 천이 일어나고

천이 쓰러지면 만이 태어난다


수백만의 카야가 함께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저도 저들처럼 될 수 있습니까?"

"너는 이미 저들이다. 그리고 저들은 너다."


출발


골수의 정맥동이 보였습니다. 혈관으로 통하는 문.

"저 문을 통과하면?"

"혈류다. 거대한 강이다."

카야는 문을 향해 다가갔습니다. 몸을 늘였습니다. 고무처럼, 물처럼, 불꽃처럼. 틈새를 비집고 나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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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류!

거대한 강이 카야를 삼켰습니다. 초속 20센티미터의 격류. 적혈구들이 붉은 물결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다른 카야들이 외쳤습니다.


"우리는 전사다! 여섯 시간의 영광!"

카야도 외쳤습니다.

"나도 전사다!"


심장의 펌프 소리가 멀리서 북처럼 울렸습니다. 쿵. 쿵. 쿵. 생명의 리듬. 자신이 지켜야 할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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