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혈류의 강 — 첫 번째 춤
1:00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카야는 혈류를 따라 몸 전체를 세 바퀴 돌았습니다. 폐에서 적혈구들이 산소를 받아 선홍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간에서 쿠퍼 세포들이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습니다.
"이렇게 평화로운데 왜 전사가 필요한 겁니까?"
옆을 지나가던 카야가 대답했습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건 우리가 지키고 있기 때문이야. 매일 천억이 태어나고, 매일 천억이 죽어."
카야는 피부 근처 모세혈관을 지나갔습니다.
"저 너머가 뭐예요?"
"밖이야. 우리가 지키는 안과 구분되는 밖.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끊임없이 들어오려고 해. 피부가 막고, 점막이 막고, 그래도 뚫리면 우리가 막아."
1:30
카야는 비장 근처에서 잠시 머물렀습니다. 수많은 카야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선배님은 몇 시간째입니까?"
희미한 카야가 대답했습니다.
"다섯 시간 반."
"그럼 곧..."
"그래. 마지막 전장으로 갈 거야."
"두렵지 않으세요?"
"두려움? 그건 시간이 있는 자들의 사치야. 여섯 시간은 두려워할 시간도 없어."
1:55
갑자기 혈류가 뜨거워졌습니다.
무언가가 물을 타고 퍼지고 있었습니다. IL-8. C5a. fMLP. 카야의 수용체들이 일제히 반응했습니다.
여기 적이 있다. 우리가 무너지고 있다. 누군가 와서 지켜달라.
카야의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의지보다 빠르게. 신호가 오는 방향으로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부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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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따라 불로 가는 자
상처를 향해 달려가는 자
두려움보다 빠른 것은 소명
생각보다 빠른 것은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