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모르는것 사이에서
알고, 모르는 것 사이에서
유칼립투스 향이 집안을 가득 채운 지 며칠이 지났다.
꽃다발의 다른 꽃향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유칼립투스는 여전히 묵직하게, 구석구석을 점령한 채 존재감을 드러낸다. 선풍기를 켤 때마다 다시 한 번 그 향이 집안에 퍼진다.
생각해보니, 같은 것도 ‘알고’ 경험하는 사람과 그냥 처음 마주하는 사람 사이에는 감각의 거리가 참 다르다.
내가 의사라는 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나를 대하는 방식도 그렇다. 어떤 이는 내 직업을 알고 나면 갑자기 조심스러워하거나 거리를 두고, 어떤 이는 반대로 더 가까이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같은 나인데, 지식 하나가 관계의 결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유칼립투스 향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향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황스럽거나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아무것도 모르면 무심히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 번 알고 나면 그저 스쳐 지나가지 못하고 더 깊게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집엔 이제 꽃향은 사라지고 유칼립투스 향만 남아 있다.
알고 모르는 것이 이렇게 많은 걸 바꿔놓는다니.
언젠가 또 다른 공간에서 이 향을 맡게 된다면, 오늘의 이 조용한 단상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