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나의 업무 특성상 옷가지가 크게 바뀌는 봄, 가을이 가장 바쁜 시즌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 여파로 경기가 많이 침체된 까닭에 그다지 바쁘진 않았었는데,
올해는 제법 예년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듯 이곳 동대문은 상당히 바쁜 분위기이다.
늘 그렇지만 모든 일들과 일정은 타이트하게 진행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요즘 일진까지 상당히 사납니다.
최근 작은 사고로 병원도 좀 드나들어야 헸고, 또 운전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딱지라는 것도 끊어 보기도 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스트레스까지 겹치니,
가뜩이나 요즘처럼 시간적 여유도 없는 때에 마음의 여유마저 잃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당연하겠지만 나는 '근로자의 날' 출근을 해야 했다.
나는 휴일에 출근하는 일에 그다지 반감을 갖고 있진 않다.
특히 나는 휴일 출근 시간에 한산한 지하철 타는 일을 좋아한다.
본래는 치열했을 앉을자리 경쟁도 오늘은 여유롭게 앉아서 출근할 수 있다.
그렇게 치하철 한 켠에 앉아 출근하며, 문뜩 일주일 전 대표님과의 면담이 떠올랐다.
몇 년간 코로나 여파로 다들 힘들었을 것이고, 당연히 우리 회사도 힘들었다.
덕분에 현제 인원은 과거의 3분의 1 정도의 인력만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올해는 제법 바쁘다는 것을 감지한 것인지 지난주, 대표님께서 나를 비롯해
우리 팀 팀원들을 부르셨다. 부르신 연유는 연봉 인상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들 뜻밖의 인상 소식에 들떠서 좋아하는 분위기였지만, 솔직히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들뜨거나 좋지도 않았다. 애당초 그닥 불만이 있던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렇게 까지 궁핍하지도 않아서일까?, 사실 그렇게 동요하는 일마저도 귀찮아진 것 같다.
순간 나는 무언가 메말라감을 조금씩 느꼈다.
'나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으로 살고 있는 걸까?'
아마도 여유가 없어서 일 거야. 그냥 요즘 바빠서 그럴 거야. 한가해지면 금세 나아질 거야...
라고 생각하며, 최근 내 하루 중에 언제가 가장 여유로울까 생각해 봤다.
역시 자기 전 밤늦게 갖는 차시간이다. 그런데 나는 최근 차시간 마저 TV에 빠져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최근 책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 인지 생각했다.
'그럼 책은 괜찮고 TV는 나쁜 건가?'
또다시 잡다한 생각들로 혼란하고 어지러워지기 시작해서, 얼른 생각을 덮기로 했다.
그저 오늘 하루 일정을 다 마무리하고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밤이 되어 차를 마시고 싶다. TV를 보던, 책을 읽던...
그저 그 여유로운 차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날, 그 휴일의 아침 나는 서둘러 회사로 발길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