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점은 그 사람에게는 전부 단점이에요

by 송유성

저는 요리를 아주 잘해요. 음식을 잔뜩 만들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먹이는 것이 취미예요.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커다란 재래시장이 있어요. 혼자 사는 여잔데 재래시장에 가면 장바구니에 식재료가 한가득 이예요. 저는 키가 작고 체구가 왜소한데요, 가끔 끌고 오는 장바구니가 더 큰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 요리를 먹이는 것에 진심이란 뜻이에요.


그는 절식해요. 그는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절제하고 살아요. 음식도 술도 돈도 시간도 심지어 사랑도 절제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 그에게 맛있는 요리를 한 상 가득 만들어 줬을 때가 생각나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맛있게 먹어는 줬지만 ‘과해요.’라고 말했어요. 근데 저는 넘치는 것을 좋아해요. 모자라느니 넘치는 것이 낫다가 제 신조면요, 넘치느니 모자라는 게 낫다는 것이 그 사람 신조 같아요. 우리는 서로의 신념이 달라서 자꾸 어긋나는 합의 속에서 오랫동안 시간 낭비를 한 것도 같아요.

제를 만났던 모든 애인이 제 요리로 행복해져서 포동포동해졌었는데요, 그 사람은 제가 해주는 요리들을 부담스러워하면서 포동포동해진 것 같아요. 제 사랑도 그에게는 같은 일이었던 것 같고요.

보쌈 오코노미야키 찜닭 간장 닭강정 홍합탕 유부초밥 오삼불고기 차돌숙주볶음 차돌쪽파말이 감바스 새우크림파스타 새우오일파스타 야키소바….


해준 음식의 종류가 몇십 개가 넘어요. 나는 식단표를 짜기 전에 선호 조사를 하는 영양사처럼 그에게 무슨 음식을 먹고 싶냐고 미리 물어봐요. 그러나 언제나 ‘다 잘 먹어요.’라고만 말해서 항상 중복되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 주려고 메모장에 해줬던 요리를 적어놨어요. 나는 열심히 요리해서 그가 먹는 모습을 구경해요. 그는 말수가 적어서 아주 자세히 봐야 해요. 그 사람이 처음 숟가락을 뜨면 맛있느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아직 씹고 있어요.’라고 대답해요. 아주 얄미워요. 다 씹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맛있느냐고 물으면 ‘맛있으니까 먹지요.’라고 대답해요. 얄미움을 넘어서서 때리고 싶어요. 그래도 내가 만든 음식을 남기지는 않았어요. 그러면 입에 맞는 가보구나, 하고 생각해요. 얼마나 씹는지 속도는 어떤지도 구경해요. 그 사람은 설명이 없어서 자세히 관찰해야 해요. 제가 해준 음식을 남기지는 않았는데요, 또 그것이 표현 대신 마음을 드러내는 것도 알았지만 얼마나 입에 맞는지를 몰라서 열심히 관찰했어요. 그는 적당히 입에 맞으면 원래 속도대로 먹고요, 정말로 입에 맞으면 아주 가끔 더 있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그러면 이 음식이 1점에서 5점 중에 어느 정도로 맛있는지 저는 늘 기억해 뒀지요. 그리고 제 마음속 점수판에 체크해요. 이 요리는 별 한 개, 이 요리는 별 두 개, 더 달라고 할 때는 대왕별 다섯 개.


저는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오는 날에는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어요. 미리 살 것도 메모해 두고 장도 봐뒀지요. 미리 너무 준비한다는 것을 알면 또 부담스러워 할까봐 새로 산 식재료도 많았는데요, 전부 집에 있던 것뿐이라도 에둘러댔어요. 그는 살면서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많았어요. 나는 그의 모든 처음을 내가 해주고 싶었어요. 이것도 준비하고 저것도 준비하다 끼긱, 손을 멈춰요. 과해요. 라고 말한 것이 생각나요. 사랑하는 마음 담아 잔뜩 먹이고 싶은데 자꾸 멈춰야 해요. 아니면 그 사람이 싫어할 것 같아요. 하루는 물었는데요. 요리 잘하는 애인 둬서 좋지 않느냐고요. 그 사람이 그랬어요. 지금은 옛날처럼 못사는 시대가 아니라 많이 먹이는 게 미덕이 아니죠. 라고요. 못됐어요. 진짜. 그냥 못된 것도 아니고 가끔은 진짜 못돼 쳐먹었어요.


그래도 그 사람, 나중에는 살이 좀 쪘어요. 배부르다 하면서도 맛있게 다 먹었거든요. 그게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 마음임을 모르지 않아서 그릇이 비워지면 비워진 만큼 내 마음에 사랑이 채워졌어요. 그 사람과 함께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날들이 쌓일수록 나는 마음이 통통하게 살이 쪄갔지요. 언제나 절제하는 것이 습관인 그가 나중에는 배도 조금 나왔어요. 약간 나온 그 배가 내 사랑의 증거 같아서 전 좋았지만, 그는 싫어했어요. 아마 지금쯤 배가 다시 들어갔을 거예요. 얼마나 비싸게 찌워놓은 사랑인데 아마 쏙 빼버렸을 거예요. 저는 살찐 마음을 다이어트 하기에 열중이에요. 무거운 만큼 힘이 더 드는 것도 같아요. 그래도 아마 내가 해준 음식이 그 사람 심장 어디에선 돌고 있지 않을까 싶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겨요. 나는 그 사람에게 많은 음식을 해주며 밥이 아닌 사랑을 잘 짓는 경력직이 된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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