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사이에서도 돋아나는 건 천사라는 것을 애인의 날개뼈를 보고 알았지
우리에게 확실한 미래는 아무것도 없어서
맛이 확실한 재료만 사서 저녁을 지어 먹었지
애인은 밤낮으로 혼자 일하고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나는
애써 웃음으로 무엇이든 벌려고 한 시절이었고
우리가 가진 것은 내일 내야 하는 월세와
아주 가끔 즐거울 때 쓸 술값 정도여도
당신은 한숨처럼 긴 전자담배를 피우면서도 웃었고
나는 그게 좋다고 죽어가면서도 박수를 쳤지
그렇게 밤이 없는 사랑을 알 거 다 아는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율이 엉망이 침대에 누울 때마다 해봤지
돈이 없어도 말할 것은 많아서 행복은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애인은 지극히도 알려주고
책을 내는 것은 지식의 자랑을 위함이니까 교양이 없다든지
아니면 가진 지식을 알려주기 위함이니까 교양이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아주 뭉근하게 조린 감자처럼 바스러지게 속삭이는 날에
가진 것이 아주 많았으면 하는 욕심을 가진 나를 숨기고
애인을 사랑해 버리고
그런 나를 모르는 척하면서 애인도 나를 사랑했지
그러다 문득 발작처럼 결혼이란던가
낳아야 하는 아이라던가
가져야 하는 직장이라든가 그런 어지러운 거라든가가
떠오르는 밤이면 난 애인을 몹시 미워하고
미워하는 것을 숨기려고 화석같이 굳은 식은 밥을 퍼먹다가
돌고 돌아 다시 하는 건 나를 세로로 긋고
또 잘게 쪼개서 방구석 어딘가에 뿌려두곤 했지
애인은 다시 웃고 또 막연한 풀피리를 부는 특기를 가져서
칼날 같은 나를 안고 날아가자고
어디든지 여기가 아닌 곳으로 날아가자고 달랬지만
종종 나는 엉덩이가 무거운 채로 태어난 체형이어서
불가능을 어떻게 가능이라고 말해요 하고 고개를 저으면
슬픈 눈망울을 한 애인은 우리의 먼 역사를 바라보듯 가만히
그렇게 이별을 준비하며 속으로 숙숙히 울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