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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웃는 일이 우는 일보다 더 힘든 것도 같다

by 송유성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자더라, 라고 했다 여기가 아니라면 다 좋을 것 같아서 업어가지 그랬느냐고 반문했다 곤란하다는 듯 당신은 내 코가 석 자고 석 자는 닦느라 바쁜 팔이 필요하고 그래서 당신을 업을 팔은 조금 모자란다고 했다 지는 낙엽이 아니라 밟혀 바스라지는 낙엽처럼 힘없이 웃었다


보고 싶다는 말 너머는 풀 죽는 일만 잔뜩이다 마른침을 삼키는 것을 멈추지 못해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다가 취기가 오르면 안 될 것 같아서 멈췄다 사랑은 이성이 하는 일이 아니라 뱉어지고 마는 일이고 뱉어지는 일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서 그러면 취하면 더 참을 수 없는 일이 되니까 멈췄다 그래도 취한 것처럼 분별없이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개그맨들이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는 것을 보면서 깔깔거리고 웃다가 잠시 거친 호흡을 다듬는 조연을 보고 얼었다 너머를 보지 않고 살아야 하는데 자꾸 너머를 보다가 깔딱 고개가 된다 웃는 것만 하고 사는 일, 사실 제일 어렵고 밥벌이는 마음도 벌어먹는 것에 쓰게 한다


스무 살이 되면 성인이니까 술을 마실 수 있어야 하고 서른이면 또 진짜 어른이니까 나잇값을 해야 하고 마흔이면 점점 입을 다물어야 하고 그러면 호호 할머니가 되면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하다가 뭘 자꾸 그만하고 의젓해지고 어른이어야 하고 닫아야 하고 먹먹함을 숨기고 당신, 그러니까 당신을 위해 달려가고 안아 들고 파고드는 것을 하는 것은 미숙한 일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하면, 안 하고 싶다 어른도 나이 듦도 영영 아이처럼 성공은 생각하지 않는 고백이나 하고 살고 싶다


보물찾기는 찾는 사람보다 숨기는 사람이 더 어렵다 마음도 그런 일 같고

그렇다면 내가 넉넉한 주관자여서 모든 쪽지에 당첨만 적어 둔 찾기를 하고 싶다

찾기만 하시면 당첨입니다

당첨된 물건들은 나를 다 가져가시면 됩니다

먼 곳부터 오는 꽃향기가 힘들다

궁금해지는 일이 갈증의 시작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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