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순수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고 나도 순수함을 잃지 않길 바랐다.
내가 생각하는 순수함의 종류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사람들마다 순수하다고 느꼈던 포인트가 모두 제각각이라 내가 생각하는 순수함을 한 문장으로 정의내리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저마다의 순수함을 볼때마다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집 앞에 자주 가던 카페에서 모든 음료가 맛있다며 '앞으로 여기 있는 메뉴 하나씩 다 먹어봐야지'하는 엄마가 순수하다 생각했고 중년이 되어서도 순수한 우리 엄마가 좋았다. 어디 나갔다 올때마다 유행인거라 하면 작은 인형이라도 우리 주려고 사오시는 아빠의 순수함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순수함은 때묻지 않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순수한 사람을 볼때면 기분이 좋아졌고 곁에 있으면서 나도 그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 한 배우가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어서도 순수함을 잃고싶지 않아서 고향 친구들을 자주 본다고 했었는데, 그때는 그 말에 공감하지 못했었다. 딱히 반감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냥 그 배우에게 순수함의 가치란 어느 정도일까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즘에서의 내가 느끼는 가장 큰 가치는 순수함인 것 같다. 요즘 세상에 돈으로 안되는 건 없다지만 순수함은 잃지 않을 뿐이지 얻을 수 없고, 그래서 나에게 가장 큰 덕목이자 놓치기 싫은 나의 일부다. 예전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걸 놓치기 싫어하는걸 보니 점점 나도 어른에 가까워지는게 아닐까 싶다.
나랑 가장 가까운 친구 세명이 나를 대변해준다는 말 같이, 내가 가까이 하는 게 나를 결정짓는 것 같다. 나랑 가장 많이 변화시킨게 뭘까를 생각해봤을 때 수많은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나는 sns를 잘 안해서 예전에 유행했던 페이스북도 써본 적이 없고 인스타도 25살때인가 제대로 시작했다. 그 이후로 정말 빠르고 수많은 정보들에 노출되면서 점점 그 속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다. 미디어에 따라 나를 검열하게 되고 주류의 입장에 따르게 되면서 내 본질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순수함 말이다.
내가 가진 순수함을 잃고싶어 부단히 노력한 적도 있었다. 몇년 전 누군가의 지적에 불필요한 눈치를 배우고 또래 친구들과 더 잘어울리려고 남처럼 생각하고 배우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가장 멍청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sns를 지울까 몇년을 고민하면서도 지우지 않고 뒀던 건 첫번째가 친구들의 근황을 보면서 연락을 이어갈 수 있는 창구이고, 두번째가 sns를 통한 빠르고 수많은 정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인스타를 지우게 된 건 sns를 통해 간간히 연락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그저 카톡으로도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애초에 sns가 있어야만 연락 될만한 친구들은 요근래 우선순위에서 낮아진 것 같다. 나한테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인간관계를 억지로라도 이어갈만큼 재미있지 않아졌다. 또 두번째 이유였던 그 수많은 정보가 나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줄이는 것 같아서다. 정보가 많으니 유행을 따르고 다수의 의견을 들으면서 쉽게 휩쓸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할 것도 없이 관두게 됐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우리 때에는 87살정도 된다는데 앞으로 60년은 빼곡히 순수한 사람으로 살고싶다. 나이 들어서도 주변 사람의 작은 호의에 의중을 의심하지 않고 얼굴 붉히며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사람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