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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Jun 15. 2024

자동차 VS 뚜버기, 아들의 선택은? (1)

사회 초년생 아들의 경제 프로젝트(2)


 회사를 다닌 지 2주쯤 지나서 아들이 집에 들렀다.

우린 오랜만에 함께 식사하고 차도 마시며 회사 생활이 어떤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리고 마지못해 들어간 기숙사에서는 지낼 만 한지, 혹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명분을 찾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마치 호시탐탐 아들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전전긍긍하는 아마추어 독심술사같이 굴었다.


 아들은 회사일은 아직 얼떨떨해서 무어라 말하기 어렵기숙사는 거의 잠만 자는 곳이라고 기대치를 낮춰서인지 그럭저럭 지낼만하다고 했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안도의 숨을 쉬는 나의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아들은 이 때다 싶었는지 화제를 돌리며 숨겨두었던 자신의 속내를 슬며시 드러냈.



 

 일단 기숙사에서 지낼 테니 대신 중고차를 하나 사면 안 되겠냐는 것이었다. 자신이 큰 거 하나를 양보했으니  다른   것 하나 정도는 취해도 되지 않겠냐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발동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사회 초년생 딱지를 붙인 아들에게 차를 산다는 건 경제적으로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일단 차를 소유하게 되면 한꺼번에 큰 목돈이 드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이에  따라붙게 되는 유지비가 만만찮음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될 수 있으면 차를 사는 시기를 늦췄으면 했다.

 

 그러나 아들은 이미 자신의  생각을 굳힌 것 같았다.

주말마다 시외버스 시간에 맞춰 우리 집에 오거나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퇴근 후 어디 운동이라도 하러 회사밖을 나가려고 해도 차 없이는 거의 꼼짝도 할 수 없어서  평일에는 기숙사에서 휴대폰만 보다가 잠이 든다며 앓는 소리를 했다.   

 

 무엇보다 아들이 하는 일이 외근이 은 업무다 보니 지금은 장 상사의 차를 탄다 하더라도 결국엔 자기 차가 필요하고, 직장에서도 시간 있을 때 운전연습을 해두라고 조언했다며 구구절절 차를 사야 하는 이유들을 쏟아내는 폼이 의논이 아니라 아예 통보로 들렸다. 아들은 부모이기에 예의상 물어보는 시늉을 하는 듯, 당장 대출을 내서라도 기세였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차 구입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하는 이유들이 차고 넘쳤지만 그것이 업무와도 관련된 일이고 보니 우리 또한 아들의 생각을 그저 젊은 날의 허세로만 치부할 수 없었다.


 우리는 우선 차를 살 경우  부담해야 하는 부수적인 경비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차값과 구입시 내는  취등록세는 기본이고, 1년마다 들어가는 보험료와 일 년에 2번 나오는 자동차세, 기름값과  수리비등... 최소한 한 달에 평균 3~40만 원은 차밑에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재고할 여지는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각자 일주일  정도 생각할 시간을 가진 후 일단 아들의 고충을 헤아려 차를 사는 걸로 결정했다.




 다음 단계로 차구입 시 드는 초기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직장이 있으니 대출도 가능했지만 할부 이자가 세기도 하거니와  이제 막 취업을 한 아들에게 대출로 차를 사라고 하기는 뭣했다.

 대신 우리가 차값과 보험을 비롯한 제반 비용을 대고  그 값을 상계할 때까지 매달 녀석의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떼는 방법을 제안했고, 아들은 당연하다며 흔쾌히 동의했다.


 부모로서 당연히 아들에게 차를 사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매정하다 할지 몰라도 우리에겐 나름 생각이 있었다.

 아들 또한 하나를 얻으면 그 비용에 상응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대가는 응당 자신의  몫이란 걸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았으면 했다.

 그리고 매월 일정하게 들어오는 수입에서  이러한 지출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할지, 자신의 경험을 통하지 않고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직접 해보는 것도 나름 중요한 경제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우리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결혼해서도 한 동안 뚜버기로 살았던 우리는 폐차 직전의 차를 몇 번 얻어서  탔고, 처음으로 우리 차를 산 건 결혼한 지 거의 10년이 지나서였다. 그때 소형차를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까지 타고 다니고 있다.

 

 그때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 하나 없는 어려운 형편이기도 했고, 남편이나 나나 물욕이라든지 남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미련한 성격에다, 먹고살기 바빠  아등바등거리느라 달리 부차적인 문제는 생각할 겨를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아들 세대는 다르다. 우리처럼 부모님 세대에서 배운 대로 절약만을 강조하며 궁상맞게 살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욕심일지 모르지만, 무분별한 소비가 판치는 세상에서 , 아무쪼록 아들이 자신의 경험과 관심을 통해 어떻게 현명한 소비를 하며 즐겁고 영리하게 경제생활을 이어나갈지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어찌 되었던 결과는 아들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우린 비싼 교육비를 감수하고, 장차 아들의 지갑을 구멍낼  주범인 자동차를 사기 위해  날이후로  자동차 중고 시장을 헤매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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