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시드니 주택가 카페에 와 있습니다. 시드니 부자동네라고 해서 궁금증이 생겨 와 봤어요. 시드니 버스를 타고 하버브리지를 건너 아주 조용한 마을에 혼자 왔어요. 여기에서 혼자라는 게 정말 중요하죠. 지금 참 행복합니다.
어제 커스텀즈도서관에서 마스다미리책 빌렸어요^^
어제 아이 학원 끝나고부터 오늘 아침 아이가 학원 가기 전까지 스무고개를 스무 번쯤 한 것 같아요. 중간중간 나라이름 대기, 도시 이름 대기, 아는 일본어 대기, 영어로 과일이름 대기, 영어로 동물이름 대기, 구구단 외우기도 했고요.
왠지 교육적인 것 같죠? 놀이를 하며 배우는 것이 많을 것 같고요?
그런데 너무 하기 싫어요! 재미없어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좋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아이와 함께 시드니에 왔으니 해야 하는 체험이 참 많습니다. 캥거루와 코알라 보러 동물원에도 가야 되고, 모래 놀이와 파도타기를 위해 본다이 비치, 맨리 비치에도 가야 되고요. 사막투어하러 포트스테판에도 가야 되고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모두 제가 싫어하는 것들입니다.
그저 혼자
카페 앉아서 책보거나 다이어리 끄적이는 것
맥주나 화이트 와인 한잔 홀짝이며 사람 구경하는 것
바람 솔솔 부는 날 살방살방 산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이 어학원 보내고 본격 내향인 엄마의 슬기로운 시드니 한 달 살기를 합니다.
첫 번째, 카페투어 가요.
매일 아침 아이 어학원에 보내고 커피 마시러 여기저기 가보는데요. 타운홀을 기준으로 북쪽은 회사 밀집지역이고 남쪽은 차이나타운 있고 동양인들 많이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저는 양복 입고 한 손으로 커피 들고 영어를 막 내뱉으며 말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보통 윈야드(시드니 시티에서 대기업이 모여있는 곳) 쪽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십니다^^ 윈야드 쪽 베이커리가 맛있는 카페를 발견했는데 엊그제 가고 어제도 갔어요. 분위기도 좋고 빵도 맛있어서요. 정말 꼭 가보셔야 해요!
카페에서 책도 읽고, 다이어리도 쓰고, 2024년 목표도 적어보고요. 글쓰기도 하고 사람구경하다 보면 금방 아이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 옵니다.
두 번째, 맥주 홀짝이기
맥주 너무 좋아하지만 잘 마시는 것도 아니고 아이도 챙겨야 하니 딱 한잔씩만 하고 있어요. 시드니가 바닷가라서 그런지 해산물 음식 많고요. 스테이크도 싸고 정말 맛있습니다. 시드니 와서 스톤 앤 우드 퍼시픽 페일 처음 먹어봤은데 진짜 크리미 해서 맛있고요. 분다버그 진저비어도 맛있습니다. 분다버그 진저비어는 한국 코스트코에서 판다고 해요^^ 지금까지 먹고 마신 곳 중에서 특히 맛있던 두 군데 소개할게요!
본다이 비치 갔을 때 버스 기사님이 추천해 주신 곳인데요(페리 어디에서 타는지 물어봤더니 페리 타는 곳, 산책하기 좋은 곳(갭파크), 맛집 소개해주셨어요^^). 피시 앤 칩스와 스톤 앤 우드 퍼시픽 페일 같이 먹었는데 정말 천국에 와 있는 느낌이었고요^^ 너무 맛있어서요.
지금 시드니는 한 여름인데요.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많이 덥지 않아서 산책하기 참 좋아요. 혼자 세인트메리대성당도 가고, 록스 거리도 걷고, 도서관도 가보고, 하이드파크에서 멍 때리기도 합니다.
아이 학원에서 만나는 한국 엄마들이 계세요. 이것저것 물어보며 정보도 교환하고 아이들 플레이데이트 계획도 짜곤 합니다. 아이 학원 보내고 커피도 마시러 가고 아이들과 같이 비치도 놀러 가고 투어도 가자고 하는데 아이를 위해 같이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20대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보다 적극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그런 시간이 저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요. 오늘도 커피 마시며 다이어리를 쓰는데 파란 하늘 밑,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이런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가 느껴지더라고요. 아이와 남편, 가족, 친구들과 가게 손님들에 의해 주어진 이 시간이 이 공간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