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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Apr 23. 2024

엄마에게 짜증 내는 아이 괜찮나요?

낭만육아1

아동복지기관에서 일할 때 두 명의 어머님이 계셨어요. 두 분 모두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들이랑만 살고 계셨는데, 한 어머님 아이는 엄마에게 짜증 내고 화내는 아이였고, 한 어머님의 아이는 힘든 일이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엄마에게 짜증 내는 아이 엄마는 그 엄마대로 힘들고,

힘든 일이 있어도 엄마에게 말하지 않는 아이 엄마는 그 엄마대로 힘들어하시더라고요.

뭐가 낫다고 할 수 없죠. 두 분 다 힘든 상황이셨어요.


그런데, 엄마에게 짜증 내는 아이는 학교에서 다녀와서 엄마한테 한참이나 짜증을 내다가 기분이 풀려서 저녁에는 엄마랑 드라마도 보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고,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는 자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 엄마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계셨어요. 그 아이는 학교에서 왕따문제가 있어서 심리적으로 무척이나 괴로운 상황이었고, 결국에는 자해시도를 했습니다. 그 아이 엄마는 아이가 어렸을 때 이혼하시고 아이 혼자 키우시면서 힘들게 사셨다고 해요. 혼자 일하며 어린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우셨겠어요. 그래서 아이가 어릴 때 아이 이야기를 많이 못 들어주셨다고 해요. 아이가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시간에도 온통 머릿속은 딴생각뿐이셨데요. 아이가 짜증 내고 울면 더 크게 짜증 내고 우셨다고 해요. '이렇게 혼자 일하며 아등바등 너 하나 키워나가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데, 너까지 나한테 왜 이러느냐'라는 마음이셨다고 해요. 아이는 커가면서 입을 닫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 상황을 아이가 어렵게 자라서 철이 빨리 든 거라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나중에는 '내가 너무 아이를 안 받아줬구나, 그래서 아이가 나한테 힘든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못했구나'라는 자책을 하셨다고 합니다.



제가 아동복지기관에서 상담하면서 정말 많은 엄마와 아이들을 만났는데요.

엄마한테 짜증 내는 아이 괜찮습니다. 

결과적으로 괜찮더라고요. 그러니 어느 정도는 좀 받아주셔도 됩니다. 좀 더 세상을 많이 살았던 경력으로, 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좀 받아주기로 해요.


엄마 아니면 누구한테 가서 속상한 마음 표현을 하겠어요? 아이에게 속상한 마음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다행이잖아요. 그리고 그 대상이 엄마라는 사실이 감사하고요.


아이들이 힘든 일, 속상한 일 있어도 '말하는 태도만 지적'하는 엄마, 아빠에게는 절대로 자기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그렇잖아요. 좀 화가 나서 소리가 커졌는데, 내 말은 안 듣고 소리 크다고 지적하는 사람들한테는 내 말하기 싫어지잖아요. 그렇게 엄마 아빠가 들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기 말 들어주는 다른 친구들에게로 빠집니다. 그래서 가출 시작하는 아이들 제가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엄마, 아빠랑 말이 안 통한다고요.


아이가 너무 버릇없이 행동하거나 물건을 집어던진다거나 거칠게 행동하는 건 잘못되었으니, 그건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해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화가 나 있거나 감정적으로 올라왔을 때는 그런 행동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봐야 절대 이야기 듣지 않습니다. 더 짜증 내고 문 쾅 닫고 자기 방 안으로 들어가거나, 집밖으로 나가겠죠. 그러니, 그때 말고,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을 때 이야기해 주기로 해요. 그러면 아이들도 알더라고요. 자기 짜증 받아주는 엄마가 고맙다는 사실을요.


오늘, 10살 딸내미가 학교 다녀와서 학원숙제를 못했는데, 학원 가야 되는 시간이 되니 짜증을 얼마나 내던지, 정신이 혼미했어요. 학원 안 간다고 소리소리를 지르다가 제가 아무 말 안 하니, 다하지 못한 학원 숙제 가방에 넣고 학원차 타러 가더라고요. 아이가 학원 가고 속이 너무 부글부글해서 산책 한 바퀴 했어요. 산책을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립니다.

내 산책 친구들


아이 덕분에 예수님, 부처님, 성인군자 될 것 같아요^^ ^^ ^^

너무 고마운 존재죠?


아이 감정 좀 받아주고, 더러워진 엄마 감정은 어떻게 푸는 게 효과적일까요?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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