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코 끝이 찡해지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남기다.
" 평생 떠올릴 눈부신 시절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로 느껴져 아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모든 순간을 귀히 여기는 것. 그리고 집요하게 모든 것을 써 내려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느끼기를 주저하지 않고, 감사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오늘도 나와 내 친구들과 내 별것 없는 하루를 쓴다."
쉬운 천국, 유지혜
쌀쌀한 새벽에 가을의 계절감을 느끼기 위해 무작정 나가 페달을 밟으며 나누는 쓸데없는 대화들.
새빨간 노을을 보기 위해 해가 지는 방향으로 빨라지는 발걸음.
환호성을 지르며 에메랄드 빛 바다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는 모습.
이름 모를 산 꼭대기에 가서 목 아픈 줄 모르며 고개를 젖혀 별자리를 찾는 순간들.
낭만.
모든 것은 충동적인 본능적 이끌림에서 비롯되었다.
지난여름, 절친한 친구와 떠난 제주에서 있었던 일화다.
머물렀던 3일 내내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둘째 날, 우리는 용눈이오름으로 향했다.
여행객, 도민, 심지어 야생동물들도 코빼기 보이지 않는 제주.
편의점에서 산 노란 우비를 걸쳐 입고 발걸음을 옮겼다.
빗물이 고여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첨벙첨벙거렸다.
고운 흙은 모두 찝찝한 진흙이 되어 신발을 더럽혔다.
오름을 오르는데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괴성을 질렀다. 끼야호.
친구가 말했다.
"우리 진짜 낭만 있지 않냐? 누가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용눈이오름을 오르냐?"
정상에 도착하니 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순간을 꼭 남겨야겠어. 챙겨 온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꺼냈다.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의 빗물이 얼굴을 때렸다.
낭만적인 순간을 남겼다. 얼굴은 엉망이지만 하하.
'나'가 아닌 '우리'.
내가 느꼈던 낭만의 형태는 늘 우리였다.
낭만은 변질되기 쉽다. 혼자 즐기면 고독이 될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그 순간을 즐겼고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이 낭만을 말해줬다.
말을 섞지 않아도 서로가 무슨 말을 할지 명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게 내가 살아있는 이유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야”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 순간이 그립고 사무치게 아름다워서'일 것이다.
벅찬 행복감의 기억이 하루의 발걸음을 내딛게 해 주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 감정은 혼자가 아닌 오직 우리였기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다시 한번 확신한다.
우리는 낭만이란 보배를 내면 속의 커다란 바구니 안에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낭만수집가들.